“셔터만 누르면 그냥 작품 사진이 되네요.”
“짧은 홀이 없고 바람이 불면 완전히 달라져요.”
31일부터 나흘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이 열리는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6,638야드)은 국내 골프장으로는 최초로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된 곳이다. 코스 곳곳에서 산방산과 한라산, 서귀포 앞바다 등을 감상할 수 있어 제주 자연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하지만 긴 전장과 빠르면서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그린, 특유의 바람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두 얼굴을 가졌다.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에 도전장을 낸 102명의 출전 선수들은 정갈하게 관리된 코스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이 공식 연습 라운드로 마지막 리허설에 나선 30일, 코스는 실전 모드에 돌입했다. 코치를 동반한 선수들은 코스 공략에 대해 의논하며 전략을 세웠다. 캐디들은 그린에서 이리저리 볼을 굴려보며 전반적인 경사를 파악하고 ‘한라산 브레이크’로 불리는 착시현상이 있는지 점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주요 출전 선수들은 무엇보다 바람을 최대 변수로 꼽았다. 이번 시즌 3승을 거두며 신인상 포인트 2위를 달리는 임희정(19·한화큐셀)은 연습 라운드를 마친 뒤 “전반에는 바람이 불지 않아 스코어가 잘 나오겠다고 생각했는데 후반에 바람이 불면서 다른 코스가 됐다”고 총평하며 “바람을 이길 낮은 탄도 샷을 잘 치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퍼트를 안정감 있게 하는 선수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제주에서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유해란(18·SK네트웍스) 역시 바람을 경계했다. 신인으로 올해 처음 핀크스GC를 경험하는 유해란은 “페어웨이가 전체적으로 넓어 티샷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바람에 따라 그린을 공략할 때 거리 조절이 굉장히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리판 그린’도 경계대상이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그린 스피드 3.6m를 유지할 계획이다. 그린 스피드는 막대 형태 기구인 스팀프미터로 측정하는데 3.6m는 약 11.8피트로 어지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의 빠르기 수준이다. 시즌 2승을 기록하고 있는 조정민(25·문영그룹)은 “그린 뒤쪽에서 앞쪽으로 경사진 홀들이 몇 개 있는데 평지처럼 생각하고 툭 쳤다가 그린 앞쪽으로 죽 굴러 내려가 깜짝 놀랐다”면서 “한라산 착시를 잘 파악해 특히 내리막에서는 조심해야 하고 그린을 향해 아이언 샷을 할 때 내리막 퍼트를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게 3퍼트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바람이 불면 불수록 그린이 더욱 빨라지고 단단해지기까지 해서 볼을 세우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파워보다는 정확도가 돋보이는 중견 최혜용(29·메디힐)은 “코스가 길고 바람이 불면 장타자들도 세컨드 샷에서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롱 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샷 거리가 길지 않은 선수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자주 플레이할 기회가 없어 익숙지 않은 벤트그래스 페어웨이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벤트그래스는 주로 그린에 사용되는 최고급 잔디다. 조아연(19·볼빅)은 “뗏장을 떼내는 샷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우정(21·케이엠제약)은 “풀 스윙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짧은 거리의 웨지 샷에서는 자칫하면 실수가 나올 수 있어 신경을 써야 한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승부처로 꼽히는 홀은 7번홀(파4·420야드)과 18번홀(파4·388야드). 7번홀은 거리가 길고 페어웨이의 좁은 티샷 낙하지점 좌우에는 벙커가 위치한다. 그린 주변 벙커도 위협적이다. 가장 아름다운 홀로 꼽히는 18번홀은 3·4라운드에서는 409야드로 더 길어진다. 그린 앞쪽으로 해저드와 개울·벙커가 있어 맞바람이 불 경우 정면승부를 걸기가 부담스러워진다. 4개의 파3홀은 모두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4번홀(파3·182야드)은 자주 뒤바람이 불어 티샷을 그린에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후반 선두권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선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핀크스GC의 선택을 받을 12번째 서울경제 클래식 여왕을 가릴 결전의 날이 왔다. 이 대회는 SBS골프채널이 1~3라운드(10월31일~11월2일)는 낮12시부터 오후5시까지, 최종라운드는 11월3일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 생중계한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