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때보다 15% 가까이 감소한 것은 미중 분쟁과 맞물린 세계경기 둔화로 주요국 수출이 감소한데다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3년 만에 연간 기준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당초 ‘상저하고’라며 하반기 수출 회복을 자신했던 정부의 예측이 엇나간 것이다.
다만 정부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조짐을 보인다며 내년 초 수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가 둔화하고 있어 우리 수출은 10월을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감소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은 여전히 예년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10월 D램(8Gb) 가격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61.6% 낮은 2.81달러에 불과하다. 산업부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멈췄지만 D램 공급업체 재고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13대 수출 주력품목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선박과 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 실적 역시 부진하다. 석유화학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정상화에 따른 단가 하락 여파로 22.6% 감소했다. 석유제품(-26.2%), 디스플레이(-22.5%) 등은 20%가 넘는 감소율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글로벌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면서 미국·중국 외 시장에서도 부진을 겪고 있다. 미중에 이어 세 번째 시장인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은 8.3% 감소했다. 일본 수출은 -13.8%를 기록해 지난달보다 2배 이상 감소폭이 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중국·독일 등 세계 10대 수출국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등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감소 폭이 더 큰 것은 중국 수출 비중이 크고 반도체 같은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2년 연속 수출 6,000억달러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10.3% 줄어든 4,529억달러로 집계됐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두 달 동안 1,471억달러를 수출해야 하는데 올해 들어 가장 많았던 때의 수출 실적은 488억달러(4월)에 불과하다.
정부는 10월을 저점으로 수출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다. 반도체 재고 수준이 정상화 단계로 내려왔고 낸드플래시 가격은 상승 국면으로 전환한데다 D램도 거의 저점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미중 무역분쟁의 1단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음달부터는 적어도 두자릿수 감소율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실적 개선에 대해 자신하는 데는 ‘착시효과’가 일부 고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실적은 전년 같은 때와 비교하는데 올해 저조한 실적을 보인 만큼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미중 분쟁으로 인한 영향이 조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간에 취했던 관세 등 여러 보복조치가 내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중 갈등이 해소된다 한들 갑자기 경기가 좋아지기보다는 기존의 조치들이 내년에도 우리 경제에 다소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날 수출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민관합동 총력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4·4분기 무역금융으로 6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수출계약서만 있어도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출계약기반 특별보증 지원도 올해 500억원에서 내년 2,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