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또래 女작가가 쓴 이야기...그녀들은 '공감'이라 읽는다

<출판가 새바람>

페미니즘 이슈로 불어닥친 출판계 여풍

젊은 작가 발굴·독자 유입으로 이어져

'82년생 김지영' '아몬드' 등 역주행에

'일의 기쁨과 슬픔' 등 신예작가도 인기

소설·에세이 부문 '여성' '공감'에 주목




지난해 페미니즘 이슈와 함께 출판계에 불어닥친 여풍(女風)이 올 하반기에도 여전히 강하다. 출판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여성문학 트렌드는 페미니즘을 다룬 여성 스타 작가들을 대한 관심을 넘어서 신예 여성작가들의 발굴로 이어지고 있다. 독자들의 시선 역시 페미니즘의 틀에 머물지 않고 ‘또래 여성들의 이야기’로 폭 넓은 공감대를 끌어내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현재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20위 가운데 13편이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다. 영화, 연극으로 소개되면서 역주행하고 있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과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부터 신작인 은희경 작가의 ‘빛의 과거’, 임솔아 작가의 ‘최선의 삶’,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까지 세대별로 다양한 작품이 포진해 있다.

대중적 인기를 뒷받침하듯이 문학계에서도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2019 김승옥 문학상’의 경우 노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윤성희 작가의 ‘어느 밤’을 포함해 올해 수상작 7편이 모두 여성작가들의 작품이었다. 수상작은 최근 1년간 발표된 단편소설 가운데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로 선정된다. 문학상을 주관하는 계간 문학동네는 “시류에 맞춰 여성 작가들의 작품만 선정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지만, 작가정보를 지운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뽑고 보니 모두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초창기에 두드러졌던 젠더 이슈에서 벗어나 젊은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보편적 소재에 주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예 여성작가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새로운 장르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명 IT기업 출신의 신예 작가 장류진의 첫 번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달 초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회사원으로 일했던 30대 여성 작가가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8개의 단편으로 엮은 책으로, 이 시대 한국을 대표할 만한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창작과비평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표제작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가 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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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황선우 작가가 쓴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도 주목받는 젊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이다. 싱글라이프를 즐기던 40대 여성 두 명이 함께 살기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담은 책으로, 혼자 살기는 두렵지만 그렇다고 아무나와 결혼할 수는 없는 20~40대 여성들의 불안과 고민을 담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요즘 결혼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공동체든 한집에 사는 사람들이 겪게 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래 여성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김금희 작가의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천희란 작가의 ‘영의 기원’, 조우리 작가의 ‘라스트 러브’, 황정은 작가의 ‘디디의 우산’ 등이 공감받는 이야기로 많은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젠더 감수성이 발달한 20~30대 젊은 여성 독자들이 출판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독자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며 “젊은 여성 작가들의 발굴은 새로운 독자층 유입으로 연결돼 침체된 소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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