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의 연구개발 목표는 실내·실외 어디서든 (로봇과 자동차가)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외 자율주행의 기반이 될 도로정밀지도 제작이 보안성 심사 등의 절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그룹 부문장은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기술 개발의 애로점을 털어놓았다. 자율주행차가 국내 도로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다니려면 전국 도로가 세밀하고, 끊김 없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정밀지도로 만들어져야 하는 데 보안 규제 문턱에 걸려 있다는 뜻이다. 그는 “도로정밀지도 역시도 국가지도 정보이다보니 당국으로부터 간행물 심사를 받아야 외부에 해당 정밀지도를 공유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간행물 심사 과정 중 보안성 심사 과정에선 정밀도 90m 이하의 3차원 정보는 활용 및 공유를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자율주행차용 지도로 쓰려면 10m내외의 정밀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보안성 심사에서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백 부문장은 “국내에서도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연구소·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은 스스로 전국 도로정밀지도를 만들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저희가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처럼 간행물 심사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학·기업 등에 지도를 제공해 자율차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돕기가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규제는 과거 사람이 읽는 일반도로지도에 적용되던 것이다. 주로 항공사진 등을 통해 국토 곳곳을 찍어 만들다 보니 군부대나 방공포대·방위산업시설 등의 위치정보가 사진·그림 등의 형태로 고스란히 노출됐다. 반면 자율주행차용 도로정밀지도는 이와는 담는 내용도, 읽는 주체도 다르다. 우선 담는 내용에 군사시설 사진 정보 등이 담기지 않는다. 항공기 등을 통해 상공에서 촬영하거나 위치를 측정해 찍은 지도가 아니라 자동차로 지상 도로 위를 달려 레이저 거리 측정기기(라이더) 등을 통해 주변 사물과의 위치,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기계가 읽는 지도여서 각종 숫자와 기계어 등으로 디지털 지도가 작성된다. 쉽게 말해 사람이 맨눈으로 봐서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자율차용 도로정밀지도 제작시 최소한 차도에 대해서는 간행물 심사 당국이 유연성을 발휘해 정보 삭제를 하지 않도록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약속했고, 현대자동차도 해당 연도에 자율차 양산을 개시하기로 목표를 잡았지만 정작 도로정밀지도가 완비되지 못한다면 자율차가 도로를 마음껏 달리기 힘들 수 있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차용 도로정밀지도와 더불어 매핑로봇을 활용해 로봇이 건물 내부를 자율이동하도록 돕기 위한 실내 3차원(3D) 입체 정밀지도도 구축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 백 부문장은 “앞으로 (로봇·AI·드론 등의 기술들이 결합돼) 공간을 자동으로 움직이고 확장시키는 ‘오토노머스 스페이스(autonomous space)’ 기술이 우리의 도시공간을 확장시키는 제3의 인프라가 될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자율주행·자율이동로봇 기술과 정밀지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오늘날 도시에서 엘리베이터 없이 살기 어렵듯이 하루에 한두 번만 쓰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저희의 자율이동·자율주행로봇 기술을 함께 활용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과 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성남=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