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소통 부족에 협치 실종...반대하는 野 얘기도 들어라

[文정부 임기 반환점-정치]

靑 강한 그립에 與 운신폭 좁아

국회 법안 반영률 24%로 최저

오바마처럼 적극적 소통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공수처 발언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팔로 엑스자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공수처 발언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팔로 엑스자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촛불혁명’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10일 취임사에서부터 공정의 가치를 강조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취임 직후 소통에 방점을 찍은 ‘협치’ 행보를 이어갔다. 취임 첫날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야 3당 지도부를 차례로 만났다. 취임 후 열흘도 되지 않아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며 협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반.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기대했던 소통과 협치 대신 청와대의 지나친 정책 주도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대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인사 강행 등으로 되레 국론 분열이 심각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먼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치 부족은 큰 마찰음을 냈다. 청와대는 공수처 설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민주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한국당을 배제하고 야 3당과의 공조를 통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했다. 그로 인해 패스트트랙 지정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약 1년간 국회는 사실상 멈춰 섰고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에는 이른바 ‘동물국회’ 사태까지 벌어졌다. 인사청문회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공직자가 22명이나 된다는 점도 협치 부족의 대표적 사례다.


이런 미흡한 협치는 국회가 입법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역대 정부 전반기에 국회에 접수된 법안이 실제 법률로 반영된 비율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전반기 국회의 법률 반영률이 가장 낮다. 2017년 5월10일부터 이날까지 국회에 접수된 법안 수는 1만6,193개로 이 가운데 3,937개(24.3%)만이 법률에 반영됐다. 박근혜 정부는 41.5%, 이명박 정부는 48.3%, 노무현 정부는 56.5%를 각각 기록했다. 여야가 모두 제·개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데이터3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마저도 지금까지 국회에서 ‘긴 낮잠’을 자고 있다.



물론 협치가 잘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청와대와 여당에만 물을 수는 없다. 야당 역시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더 설득했어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 연장선상에서 집권 후반기 협치의 부활을 위해서는 특히 반대하는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에게 하루 종일 전화를 돌렸다고 한다. 그게 소통 아니겠느냐”며 “말로만 소통한다 하면서 국회가 발목을 잡는다고 하지 말고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같은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아무리 목표가 좋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자기들이 옳다고 우기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편에만 목숨을 걸고 있다. 공수처만이 답이라는데 무슨 타협과 협상을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대의 정치’를 회복시키고 국론 분열을 막으려면 인사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대의민주주의가 잘못돼 광장민주주의로 갔다고 하는데 그것은 진단이 잘못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인사 실패와 여당의 청와대 ‘눈치 보기’ 때문에 대의 정치가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청와대가 정책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아닌 여당이 정책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며 “아무래도 청와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당력을 쏟다 보니 여야 갈등이 고조된 측면이 있다. 이제는 당이 지향하는 정책을 야당과의 협치로 하나하나 실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문제만 생기면 야당이 청와대에 가 시위를 하고 있다”며 “이는 야당이 청와대 ‘오더’만 밀어붙이는 민주당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임지훈·안현덕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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