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빠진 아세안회의, 힘 빠진 '中 견제론'

"남중국해 문제 우려" 성명 냈지만

中 영향력 의식해 '톤 다운' 양상

트럼프 없어 강력한 성토 안나와

리커창, 각국 정상과 잇단 회담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미국의 입김이 줄어든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의 패권을 쥐려는 중국의 야욕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HK 등 외신들은 4일 아세안 정상들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 움직임에 대해 의장 성명서에 ‘우려’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보도했다. 의장 성명에는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를 위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매립 등 활동에 대한 몇 가지 우려에 주목하고 있다”며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피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현재 중국은 남중국해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해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인공섬을 건설한 뒤 군사 기지화해 베트남과 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인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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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 2일 아세안 정상회의 연설에서 “최근 베트남과 역내 해역에서 심각한 국제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며 최근 중국 해양탐사선이 3개월여간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탐사 활동을 벌인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아세안 정상들은 국제사회에서점점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의식해 직접적인 비판 대신 우려를 표명하는 선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NHK는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대해 ‘우려’라는 견제의 표현을 담으면서도 남중국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행동준칙(COC)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환영의 표현을 넣는 등 중국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분석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3일 아세안 정상회의 별도 행사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며 COC 협의와 관련해 동남아 국가들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이번 회의에서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한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견제 없이 각국 정상들과 자유롭게 접촉하며 ‘우군’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리 총리는 3일 방콕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만나 양국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호주는 그동안 위구르 탄압 등 중국 인권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양국 외교관계가 수년간 악화됐었다. 리 총리는 또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내년 봄 방일 문제와 함께 경제 협력과 북한 미사일 문제 등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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