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장사가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라는 진단이 나온다. 자산 매각 공시 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대체로 단기간 급등에 그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매각금액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 많게는 50% 이상인 유형자산 양도 공시가 이어졌다. 유가증권 상장사인 한진중공업(097230)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부지를 4,025억원에 신세계동서울PFV에 매각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신세계·한진중공업·산업은행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신세계동서울PFV는 노후한 터미널 시설을 현대화하고 호텔, 업무·관광·문화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개발사업에 따른 상당한 이익이 기대되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한진중공업은 2·4분기에 6억4,000만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고 2·4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889.3%에 달한다. 자산 총액의 14.7%에 이르는 이번 매각으로 부채비율 감소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중공업 역시 공시 직후인 지난달 22일 장중 19.3%까지 상승했다가 3.2% 오른 4,585원으로 마감했고 이날까지 4% 하락한 4,39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상장사 옵티시스는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경영 효율성 증대를 위해 경기도 성남시의 주상복합 일부를 86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자산 총액의 22.3% 규모다. 옵티시스 역시 2·4분기 9,000만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2·4분기 16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알톤스포츠(123750) 역시 현금 유동성 확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 일대 토지·건물을 105억원에 매각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자산 총액의 19.5% 규모다.
그 밖에 자동차부품 기업 인지컨트롤스(023800)도 2·4분기 3억6,000만원대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가운데 재무 건전성 및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일대 토지·건물을 148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 쇠퇴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기차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지컨트롤스는 이날 4,980원으로 마감해 자산 매각을 공시한 지난달 29일 이후 1.2% 하락했다.
코스닥 상장사 참좋은여행(094850)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의 토지·건물(3000타워)을 830억원에 주식회사블루콤에 양도한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자산 총액 1,535억원의 54%에 해당되며 2·4분기 말 기준 부채 715억원보다도 많은 규모다. 회사 측은 이번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좋은여행은 2·4분기 영업이익이 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 감소했다. 주가는 공시 다음날인 29일 장중 22.7% 급등했다가 3.5% 상승으로 마감했고 이후 1일까지 3거래일간 -1~1%대의 등락률을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주요 목적은 부채 줄이기, 사업영역 재편”이라며 “전반적인 경기 부진 속에서 기존 사업·자산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또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