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서울시의 내년도 무상교복 정책 시행이 물 건너갔다. 박 서울시장이 보편적 복지 확대 차원에서 무상교복 카드를 내놓으며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조 교육감의 ‘교복 자율화’ 정책과 부딪히며 파열음을 냈다. 예산 분담 문제 해결도 난항을 겪으면서 시와 교육청 모두 추후 논의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내년에도 자치구 중심으로 무상교복이 추진될 수밖에 없어 주변 자치구가 민원에 시달리는 ‘현금복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서울시·서울시의회·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와 교육청은 모두 내년도 예산안에 무상교복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의 결과 교육청과 교복 정책에 대해 논의를 주고 받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내년 시행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는데 시행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올 가을만 하더라도 무상교복 정책 시행 시점은 내년도가 유력했다. 지난 8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박 시장이 “무상교복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답한 후 시의회가 관련 조례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11~12월 정례회 기간 조례 제정 및 통과, 예산 편성→내년 신학기 시행’이 시간표다. 애초 계획은 중·고등학교 신입생 1명당 3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비용은 연 450억 원이다.
하지만 무상교복 정책은 조 교육감이 추진하는 ‘탈 교복’ 정책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별 숙의를 거쳐 사복·활동복 중심의 교복·기존 교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교복 수당이 지급되면 사복을 입는 학생은 오히려 차별을 받게 돼 교복 착용을 독려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조 교육감은 역차별 해소를 위해 학생 1인당 30만 원을 바우처 형식으로 지급하는 구상을 내놔 포퓰리즘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박 시장은 전날 서울경제와 만나 “조 교육감이 추진하는 교복 자율화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교복은 교육청 사업이므로 시에서 하려고 해도 교육청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 확보도 걸림돌이었다. 지난 8월 시정질문에서 박 시장은 “(시와 교육청이 예산을) 5대 5로 나눈다면 하겠다”고 말했지만 조 교육감은 “서울시가 100% 부담하는 게 전제”라며 “예산이 너무 없다”고 반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무상급식도 교육청과 시와 자치구가 재원을 분담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무상교복 예산까지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무상교복이 자치구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현금복지 논란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현재 중·강동·마포구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동대문구와 금천구가 내년 예산안에 각각 14억3,000만원, 8억8,000만원을 편성했다. 근처 자치구는 “왜 우리 아이에게는 교복 비용을 주지 않느냐”는 민원에 시달릴 수 있다. 자치구별 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금천구가 8,400명에 불과하지만 행정구역을 접하는 구로구와 양천구는 각각 1만7,000명, 2만9,000명에 달해 예산 부담이 더 크다. 한 서울시 자치구 구청장은 “주변에서 무상교복을 한다고 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점차 교복을 입지 않는 추세와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