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미국 '깜짝' 한국 '찔끔"...코스피 상승세 제한

[3분기 실적개선세 보니]

코스피 시총상위 20곳 3분기 영업익

평균 괴리율 '+' 전환...예측치 웃돌아

기대 못미쳐 美·日과 달리 힘부쳐

"국내기업 실적개선 여지" 한목소리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올 들어 처음으로 시장 예측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3·4분기 들어 개선되는 조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 기업보다는 실적 개선 정도가 약해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14조2,419억원으로 집계돼 시장 컨센서스(13조4,399억원)보다 8,000억원 이상 많았다. 올해 1·4분기만 해도 20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14조2,27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5조2,336억원)보다 1조원 넘게 적었지만 2·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3,000억원 정도 넘어섰으며 3·4분기 들어 그 격차를 키운 모습이다.

특히 각 기업의 시장 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평균 괴리율이 올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3·4분기 20개 기업의 괴리율 평균은 2.77%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올해 1·4분기 -1.82%였지만 2·4분기 다소 개선돼 -1.69%를 기록했고 3·4분기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 분기 기대했던 것처럼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 움직임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 우려가 심했던 기업들이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해 의미가 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2·4분기 바닥을 찍고 3·4분기 실적 개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맞아떨어졌지만 개선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라며 “국내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 역시 기업 실적 개선에도 여전히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주요2개국(G2) 경기 후퇴 우려가 감소하면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58%(12.40포인트) 오른 2,142.64로 마감했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미국과 일본 증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치고 올라가는 힘이 부족한 모습이다.



코스피와 달리 미국 증시는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에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4.75포인트(0.42%) 오른 27,462.11에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1.36포인트(0.37%) 상승한 3,078.27, 나스닥은 46.80포인트(0.56%) 오른 8,433.20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7월 중순 이후 약 4개월 만에 종가와 장중 가격 모두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과 나스닥도 지난주에 전고점을 돌파한 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올해 들어 수익률만 벌써 20%를 웃돌고 있다. 이는 유럽지수(15%), 중국지수(10%), 신흥시장지수(9%)를 큰 폭으로 압도하는 수치다.

미국 증시의 독주는 결국 미국 기업들의 실적 때문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발표치와 전망치의 괴리율은 4.06%로 국내 기업들을 큰 폭으로 앞섰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S&P500에 속해 실적을 발표한 355개 기업 중 76%(272개)가 EPS 기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매 분기마다 발표하는 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올해 초에 우려했던 것보다 이익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반대로 분기 이익이 발표될 때마다 전년 대비 이익 감소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더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성과를 보일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수출이 개선될 수 있고 지난해 4·4분기 이후 악화된 기업들의 실적이 앞으로는 기저효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윤 센터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제는 사실상 침체 상태”라며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초입 국면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재정과 통화 등 모든 수단을 창조적으로 검토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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