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탈원전·태양광발전 등이 뉴스의 초점과 일상사의 이야깃거리가 된 것은 깨끗한 환경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 반영된 까닭이다. 에너지 사용이 늘면서 인류의 삶의 질은 개선됐지만 환경문제가 부작용으로 떠올랐다.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석탄, 현재의 문명기술과 번영을 가져온 석유는 공해문제로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자연자원으로부터 환경 손상 없이 얻는 신에너지를 통한, 공해 없는 에너지는 이제 모두의 꿈이 됐다.
하지만 이상적인 신재생에너지의 실현은 만만치 않다. 기술의 성숙, 경제성 확보, 조화로운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또한 공해 못지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인 바츨라프 스밀은 저서 ‘에너지의 신화와 현실’에서 환상에 치우진 에너지 이상주의가 갖는 오류와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도 그의 지적은 유효하다. 원자력발전 또한 대표적인 신에너지기술이지만 방사능 유출 문제로 배척하는 경향이 생겼다. 탈원전 선언을 계기로 관련 산업기술과 시장이 와해되며 국제경쟁력이 약해졌다. 미세먼지를 이유로 기존 자동차에 대한 규제와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이 주창되지만 자동차 산업은 위기에 빠져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고 그에 따라 기존 에너지기술의 효율화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봤던 스밀의 분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1세기 들어 환경문제에 주목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에 온갖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보급성장률이 높은 에너지원이 석탄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아직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성·경제성이 열악하다 보니, 에너지수요 증가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석탄 사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깨끗한 석탄화력발전 기술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상주의에 사로잡힌 신재생에너지 보급 운동은 하루아침에 환경개선을 보장하지 못한다. 미세먼지 잡자고 경유차를 세우고 전기차를 보급하자고 주장하지만 1,000만대에 달한 국내 경유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차라리 노후 경유차를 환경신기술이 적용된 경유차 신차로 바꾸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말만 앞서는 구호와 억지 보급보다는, 기술혁신을 위한 지원과 투자가 이상적인 에너지기술의 실현을 앞당기는 길이다. 정부는 다양한 에너지와 관련한 혁신 기술개발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기술과 경제가 따라올 수 있는 수준에서 선도적인 환경규제를 만들고, 기술의 선택과 보급은 시장의 기능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에너지 시장의 탈정치화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