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강레오의 테이스티오딧세이]끈적임 없고 감칠맛 풍부한 '토마토 고추장'...찌개에도 양념으로도 일품

ㅇ



호텔에서 근무하던 시절 ‘테이스티 오딧세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만들어 3년간 매달 행사를 치렀다. 그러던 중 입소문이 나서 한 방송사와 ‘유쾌한 삼촌’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게 됐다. 당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여러 농가 가운데 특별히 더 마음이 가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경기도 광주 팔당댐 상류에 위치한 토마토 농가다. 방송 이후 다시 농가를 찾았을 때 김인성 농부의 아버지는 여전히 완숙 토마토를 열심히 재배하며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그 완숙 토마토를 활용해 토마토 고추장과 토마토 간장, 토마토 식초 등의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었다.

이 농가의 대표 상품은 토마토 고추장이다. 나는 이 고추장을 맛보고 김인성 농부 어머니의 열렬한 팬이 되어 4년간 반얀트리 호텔과 계속 거래하게 되었다.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에게 토마토 고추장을 소개할 때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기존의 우리나라 전통 고추장도 정말 맛이 좋지만, 이 토마토 고추장은 확실히 맛도 개성이 있고 식감과 물성 또한 뛰어나고 특별했다.

우리나라에서 고추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1700년대 후반으로 1800년대 초의 규합총서에는 순창 고추장과 천안 고추장이 팔도의 명물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 고추장은 간장·된장과 함께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으로 탄수화물의 가수분해로 생긴 단맛과 콩단백 아미노산의 감칠맛, 고추의 매운맛, 소금의 짠맛이 잘 조화를 이룬 복합 조미료이자 기호 식품이다.


다만 외국인들에게 소개를 하고 시식을 진행할 때면 너무 끈적거린다는 지적과 고추 맛이 강하기 때문에 감칠맛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실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도 고추장의 찰기로 미끄러지거나 고추장 찌개를 끓일 때 물에 잘 풀리지 않는 단점이 있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 토마토 고추장은 찹쌀이나 멥쌀 등을 사용해서 풀을 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고추장처럼 절대 끈적임이 없다. 뭔가를 찍어 먹을 때도 소스가 잘 묻어난다. 그렇게 끈적임이 없기 때문에 찌개나 양념을 할 때도 요리가 수월하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토마토가 가지고 있는 감칠맛이 고스란히 고추장에 녹아 있어 감칠맛이 풍부하기 그지없다. 토마토가 들어가서 고추장 맛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먹어본 사람들이 100이면 100 모두 맛있는 고추장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요리사로서 뿌듯함이 생긴다.

이런 맛과 물성을 가진 고추장은 여러 가지 요리에 응용이 가능하다. 서양요리를 오래 해온 나로서는 서양 요리사들도 충분히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들에게 더없이 익숙한 토마토로 맛을 냈으니 정말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능하다면 항공사의 비빔밥 기내식 소스를 이 토마토 고추장으로 바꾸길 권하고 싶다.

이 농가의 큰아들인 김인성 농부는 의료 관련 회사를 다니던 중 어머니의 토마토 고추장을 맛본 후 퇴사를 결심하고 부모님께 토마토 재배와 고추장 가공법을 배우고 있다. 문득 김인성 농부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나도 일 그만두고 토마토 고추장을 팔러 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박민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