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리안드림·한류열풍 타고…결혼 10쌍중 1쌍 다문화부부

■2018년 다문화 인구 통계

다문화 혼인 9.2%…7년만에 최고

비자강화로 2015년까지 줄어들다

안정된 일자리·K팝인기 업고 반등

남편 국적 비중 中 > 美 > 베트남 순

부인 국적 비중 베트남 30%·中 21%

ㅇ



# 베트남의 20대 여성 호앙 픙(가명)씨는 한류 문화의 열렬한 팬이다. 인기 있는 TV 드라마와 영화, 아이돌 스타가 무대에 오르는 공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한다. 호찌민에서 대학을 졸업한 픙씨는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 2016년 가을 서울의 한 사립대학이 운영하는 어학당에 등록했다. 원래는 1년 정도 한국에서 지내다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픙씨는 어학당의 강사를 만나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지난해 봄에 결혼식을 올렸다.

# 태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던 룽나파 버깨우(24·가명)씨는 지난해 한국에 입국했다. 경기도 김포의 한 공장에 취업한 버깨우씨는 야근수당을 모두 합해 약 2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태국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보다 4배나 많은 돈이다. 국내 공장에 취직할 때 브로커에게 지급한 알선료 1,000만원은 반년 만에 모두 갚았다. 단기계약직으로 고용된 버깨우씨는 비자 연장 문제로 태국에 잠시 들어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까 고민하다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택했다. 일자리를 알선해준 브로커는 추가금을 받고 비자 연장 절차를 도와줬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만나 가정을 이룬 다문화 혼인 비중이 지난해 10%에 육박하며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코리안 드림’에 한류 열풍까지 겹치면서 다문화 혼인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2018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를 6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혼인 가운데 다문화 결혼이 차지한 비중은 9.2%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08년 11.2%에 달했던 다문화 혼인 비중은 2015년까지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농촌지역의 남성들이 무작정 돈만 보고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여성을 배우자로 맞으면서 가정폭력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자 정부가 △결혼이민비자 발급심사 강화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이수 의무화 △국제결혼 중개업자 등록기준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한 탓이었다.

관련기사



충남 공주의 한옥마을에서 다문화가정협의회 회원들이 송편을 만든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충남 공주의 한옥마을에서 다문화가정협의회 회원들이 송편을 만든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내리막을 걷던 다문화 혼인은 2015년을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 7.4%로 떨어진 다문화 결혼 비중은 이후 해마다 소폭의 상승률을 보인 끝에 지난해 9.2%까지 올라왔다. 이는 2011년(9.3%) 이후 7년 만에 기록한 최대치다. 혼인 건수 역시 2만3,773건으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한층 강화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새 다문화 결혼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통계청은 동남아시아보다 높은 급여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왔다가 짝을 만나는 경우와 함께 방탄소년단(BTS) 등 아이돌 스타가 주도하는 한류 열풍의 기세를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높은 인기를 끌고 ‘박항서 열풍’까지 불면서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의 대학과 학원가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이 많이 늘었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여성이 증가한 것을 다문화 혼인 비중 상승의 한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은 지역별 다문화 혼인 비중을 비교해봐도 잘 나타난다. 과거에는 주로 농촌이나 시골 지역에 집중된 다문화 결혼이 최근 들어서는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각각 8.3%였던 서울과 경기의 다문화 혼인 비중은 2018년 각각 9.1%, 9.7%로 상승했다.

한편 다문화 결혼을 한 남편과 아내의 출신 국적 비중은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편은 중국이 9.4%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미국(6.2%), 베트남(2.5%) 등의 순이었다. 반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해외 여성의 국적은 베트남(30.0%), 중국(21.6%), 태국(6.6%) 순으로 많았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