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대거 ‘어닝 쇼크’를 맞았다. 지난해 대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는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실적은 바닥을 기었지만 유통주는 소비심리 회복 가능성과 실적 바닥론에 힘입어 이달 들어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은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한 876억원이라고 공시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이날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3.8% 줄어든 609억원으로 밝혔고 GS홈쇼핑(028150)과 롯데하이마트(071840)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8%와 48.4% 줄었다.
반면 편의점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GS리테일(007070)은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늘었다. GS리테일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905억원으로 지난해 3·4분기보다 16.7% 늘었으며 BGF리테일(282330)은 지난해보다 소폭(1.2%) 감소한 648억원의 영업이익을 신고했다.
애초 증권가에서는 유통주의 실적 악화를 예견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6개 주요 유통기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총 4,687억원이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3,570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23.8%나 적었다. 롯데쇼핑은 컨센서스(1,735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GS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도 ‘어닝 쇼크’를 맞게 됐다.
하지만 유통주 주가는 이달 들어 급등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 후퇴에 따른 소비 위축과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 등 구조적인 문제로 올 들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소비심리 개선 움직임이 보이고 업황이 다소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 2일 열린 ‘대한민국 쓱데이’ 행사 매출이 4,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6일 하루 동안에만 6.88% 급등했다. 롯데쇼핑도 이달 들어 10.04% 상승했으며 롯데하이마트(8.93%), 현대백화점(5.82%), BGF리테일(6.46%), GS리테일(1.05%)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강세를 업황에 대한 개선 조짐이 보이면서 3·4분기 이후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가 98.6을 기록해 8월 저점에서 반등해 두 달 연속 오르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며 소비자심리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수출이 증가세로 접어들게 되면 경기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중국의 경기 회복으로 유통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3·4분기 저조한 실적이 4·4분기에 개선될 것이라는 ‘실적 바닥론’이 더해지면서 주가 오름세에 힘을 보탰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업황 개선 기대감은 높지만 이번 유통주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유통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는 보지만 주가의 본격 상승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이번 상승은 호재가 이어지면서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저평가된 유통주로 몰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