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끝내 인정하지 않은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경찰 조사에서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은 시인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8일 강제추행 및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오드바야르 도르지(52) 몽골 헌법재판소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 5분께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통역을 담당한 몽골 국적의 또 다른 승무원에게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성 폭언을 한 혐의도 받았다.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일 첫 조사 때 “뒷좌석에 앉은 다른 몽골인이 승무원을 성추행했는데 자신이 오해를 받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그는 6일 2차 조사 때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면 (내가) 술에 취해 그랬을 수는 있다”면서도 끝내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
도르지 소장은 폭언을 한 사실도 인정하지 않다가 체포 과정에서 대한항공 측이 촬영한 동영상을 들이밀자 협박 혐의는 시인했다. 당시 동영상에는 그가 통역을 맡은 몽골 국적의 승무원에게 위협이 될 만한 심한 말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인 몽골 국적 승무원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협박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도르지 소장과 함께 비행기를 탄 일행인 몽골인 A(42)씨도 다른 여성 승무원의 어깨를 감싸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석방돼 싱가포르로 출국한 상태다. 경찰은 최근 A씨의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으며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도 요청했다.
도르지 소장과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사법경찰 권한이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에 넘겨졌으나 외교 여권을 제시하며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외교부나 경찰청 본청 외사과에 면책특권 대상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이들을 석방해 논란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협박죄는 피해자의 의사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라며 “기내에서 성적수치심을 준 행위여서 강제추행죄뿐 아니라 항공보안법 위반죄를 함께 적용하고 협박죄는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