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3·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사업은 대외환경 등에 따른 메모리 수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과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측이 밝힌 ‘탄력적 투자’를 사실상 투자 규모 축소로 이해하고 있다. D램(DDR4 8Gb 기준)의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이 직전달 대비 4.42% 하락한 1개당 2.81달러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가격 하락국면에서 투자 확대는 가격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안2공장과 평택2공장과 관련해 내년 가동 계획만 밝혔을 뿐 생산 품목과 생산량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또한 최근 컨콜에서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모두 올해보다 감소하고 투자도 올해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며 투자 축소를 공식화 한 바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고 올 상반기에는 가격이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D램 가격 반등 없이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수익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시설투자액(12조2,000억원)의 상당 부분은 메모리 인프라 관련 부문에 집행될 것”이라고 밝힌 것 또한 반도체 장비 투자 확대로 연결짓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인프라’는 공장 내 생산설비가 아닌 반도체 공장 주위의 전력·용수·도로 구축 및 클린룸 건설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 부문을 뜻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인프라 구축만 완료하면 1년 이내에 공장 설비 도입 및 테스트 등을 통해 반도체 양산이 가능해 삼성 측 말대로 “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국정농단 재판 등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 강화에 애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4·4분기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과 하이닉스 모두 내년 상반기 D램 재고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생산량 조절을 통한 재고 떨어내기 방식이라는 점에서 수익 확대로 이어지기 힘들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1세대(1X) 라인을 10나노급 2세대(1Y) 라인으로, D램 설비 일부는 CMOS이미지센서 생산용으로 각각 전환하며 출하량을 조절 중이다. 하이닉스 또한 “D램 생산량을 CMOS 이미지 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공급량 조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컨콜에서는 ‘5G’라는 단어가 57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5G 시장 확대에 따란 D램 수요증가 기대가 높았으나 이 또한 제한 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비해 중화권 모바일·클라우드 업체들이 올 3·4분기 D램 매입을 크게 늘렸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되레 수요가 꺾일 수 있다. 삼성 또한 컨콜에서 “D램 출하량은 3분기 30% 초반대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한자리수 초반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인텔의 서버용 CPU인 ‘아이스레이크’ 출시에 기대를 걸지만 내년 하반기에나 출시될 예정이며 이보다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컨콜에서 “내년에는 5G 때문에 모바일 D램 비중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서버 비중은 올해보다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D램 생산 업체의 경우 모바일향 매출이 35~40%, 서버향 매출이 30~4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24시간 동안 문제없이 가동돼야 하는 특성상 일반적으로 서버용 D램 가격이 높다. 서버용 D램 시장이 살아나야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셈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내년 3분기에나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며 관련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내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도 올해(13조3,000억원) 추정치 대비 감소한 12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며 “SK하이닉스 또한 내년1분기 영업손실이 예상되며 하반기에나 실적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