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의사당역 1번출구] 물갈이 대상된 중진들 "초·재선도 알고보면 붕어빵"

한국당서 '중진 험지 출마론' 대두하자

중진들 "초·재선도 새정치 모습 못 보여"

전문가 "국민은 당 전체 물갈이 원해..."




최근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진 험지 출마론’이 대두 되고 있다. 이른바 ‘물갈이’ 대상으로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을 지목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초·재선 의원들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뭐냐. 우리가 험지 출마하면 초·재선 당신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판의 근거는 상당수 초·재선 의원들 역시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과 쌓아온 커리어가 대동소이하다는 점, 그 경력을 기반으로 참신한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젊은 정치’라는 물갈이 취지를 내세우기에는 대다수 초·재선 의원들 역시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이다.

지난 7일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당내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7일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당내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당 초·재선 의원 80% 이상이 ‘전통적 커리어’인 교수·율사 등 출신

9일 국회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기준으로 총 109명이다. 초선 44명, 재선 30명, 3선 20명, 4선 이상 15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초선부터 4선 이상까지 이들의 면면을 보면 선수에 관계없이 교수·율사·행시·언론·정계 관계자 등의 경력을 쌓아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80% 이상이 이 출신들이다. 소위 국회의원의 ‘전통적 커리어’라고 할만한 경력들이다.

초선 의원들 중 사시·행시 등의 고시 출신들은 44명 중 15명(34.1%)으로 가장 많다. 재선 의원들 역시 고시 출신은 30명 중 9명인 30%를 차지한다. 3선에선 7명이 고시 출신으로 전체 3선 중 35%의 비율이다. 초선 의원 중 10명(22.7%)과 재선 의원 중 6명(20%)은 교수·연구원 등 생활을 비교적 오래 한 이른바 ‘학계 출신’이었다. 3선에서도 고시 출신을 제외한 학계 출신은 3명(15%)로 나타났다. 아울러 군·경 및 언론인 출신 의원들은 초선에선 7명(15.9%), 재선에서 4명(13.3%)이다. 3선 이상에서는 군·경 출신은 없었고 언론인 출신은 4명이었다.





◇경력으로 보면 이미 중진 이상인 의원들도


국회의원이 아닌 지방의원·보좌진 등으로 이른 시기에 정계에 입문해 활동해 온 초·재선 의원들도 있다. 우선 ‘중진 험지 출마’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김태흠 의원은 1980년대 말 13대 국회 때부터 보좌진으로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뛰어들어 정계 관련 활동을 30년 가량 해왔다. 이채익 의원(재선)은 1991년 울산시의원에 당선된 뒤 쭉 정치활동을 해왔다. 정양석 의원(재선)과 정용기 의원(재선)은 각각 1984년 민정당 중앙사무처와 1992년 민주자유당 중앙사무처 공채로서 정계 활동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이장우 의원(재선), 김선동 의원(재선), 이은권 의원(초선) 등도 보좌·비서진으로 출발해 20~30년가량 정계 경험을 쌓아 왔다. 초·재선이지만 정치 경험을 상당기간 쌓아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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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비슷..초·재선 평균 59.42세, 3·4선 평균 60.73세

나이도 비슷하다. 초·재선 의원들 74명의 평균 나이는 햇수를 기준으로 할 때 59.42세다. 3선과 4선 의원 30명의 평균 나이는 60.73세다. 양쪽 다 ‘환갑’으로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초선 의원들 평균 나이는 58.61세로 제일 어리다. 하지만 4선 의원들 10명의 평균 나이는 59.4세다. 오히려 재선 의원들 나이는 평균 60.6세로 4선 의원들보다 나이가 많다. 3선 의원의 평균 나이는 61.4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최고위원들이 회의실로 들어가는 모습./연합뉴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최고위원들이 회의실로 들어가는 모습./연합뉴스




◇혁신 이끌 초·재선들이 막말·동물국회 방치 지적도

여기에 혁신을 주도했어야 할 상당수 초·재선 의원들이 소신을 기반으로 당 지도부에 정책 제안을 하기보다는 당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례로 초·재선 의원들은 지난 4월 사법제도 및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빚어진 ‘동물국회’ 사태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날 기준 24%에 머물고 있는 20대 국회의 역대 최저치 법안 반영률의 책임으로부터 초·재선 의원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초·재선 의원들의 경우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초·재선 의원들 차별성 있나…실질적인 ‘백지 쇄신’ 필요

중진 의원들은 이런 점 등을 근거로 초·재선 의원들이 자신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누가 ‘쇄신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를 놓고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분위기다. 유승민 ‘변혁’ 대표와의 보수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며 한국당 내부 에선 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쇄신의 대상이 ‘내가 아닌 너’가 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3선 이상이 물갈이 대상으로 가닥이 잡혀가면서 그에 따른 반발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초·재선 의원들을 포함해 전부 물갈이 되는 것을 원한다”면서도 “다만 지역구 관리를 잘해온 중진 의원들이 다른 곳에 출마할 경우 지역민들이 초·재선 의원을 뽑아 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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