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고]안전한 우리 돼지고기, 안심하고 많이 드세요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돼지열병, 총력 방역에 진정됐지만

방역부담·소비위축 양돈농가 이중고


정부가 사육·유통·판매 ‘철저관리’

돼지고기 소비 늘려 아픔 나눴으면

‘배수지진(背水之陣)’이라는 말이 있다. 물을 등진 채 진을 친다는 의미로 죽을 각오로 싸운다는 뜻이다. 지난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정부는 물러설 곳 없는 극단의 상황에 처한 병사의 심정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맞서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축산 업계를 흔든 ASF가 지난해 8월 중국에 상륙하면서 우리나라는 선제적 대응과 방역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유럽을 거쳐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며 기승을 부려온 ASF는 결국 한국에도 상륙했다. 지난 9월16일 경기도 파주의 양돈농장에서 처음 발병한 후 지금까지 강화와 김포·파주·연천 등 4개 시군의 양돈농가에서 총 14건이 발생했다.

관련기사



정부는 최초 발생 직후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긴급행동지침(SOP)보다 신속 과감한 방역조치를 이어왔다. 예방적 살처분을 확대하고 살아 있는 돼지, 분뇨, 차량의 이동을 통제했다. 농장별로 초소를 운영했으며 접경지역 주변 하천과 도로를 집중 소독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강도의 방역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바이러스가 한강 이남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접경지역을 ‘발생지역-완충지역-중점관리지역’으로 구분해 위험도에 따라 방역조치를 차별화했다. 그 연장선에서 발생지역(강화·김포·파주·연천)의 모든 돼지와 희망 농가의 돼지를 수매하거나 살처분하는 특단의 조치도 이뤄졌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질병이기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군부대·민간인까지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ASF와의 총력전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다행히 한 달 넘게 농가의 사육돼지에서 추가 발병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민통선 안팎의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여전히 ASF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생산자단체 등과 협력해 물샐 틈 없는 방역조치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하지만 양돈농가들은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농가들로서는 방역부담 외에 소비위축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하락까지 더해져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ASF는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 질병이다. 실제 지난 100여년간 ASF가 세계 50여개국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나 식량농업기구(FAO), 대한의사협회 등에서도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사육 단계부터 도축, 유통·판매 단계까지 ASF에 감염된 돼지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수 없도록 단계별로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있다. 도축 단계에서는 검사관(수의사)이 살아 있는 돼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고 판정한 후에야 도축을 한다. 도축 이후에도 고기·내장 등에 대해 해체검사를 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해당 부분 또는 전체를 곧바로 폐기 처분하고 있다.

더불어 ASF 발생국 돼지고기와 돈육 가공품의 수입도 일절 금지하고 있다. 혹시라도 신고되지 않은 불법 축산물이 시장에 유통될 것을 우려해 식육판매업소를 집중 점검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관계부처·지자체·민간과 긴밀히 협조해 ASF의 추가 발생을 차단하는 한편 국민들의 식탁에 돼지고기가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가족·친지들과 건강에 좋고 맛있는 우리 돼지고기를 마음껏 즐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