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남 양산시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53병동에 가까워질 수록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덩달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복도 모퉁이를 돌아서니 어린이 둘이 터치스크린 앞에서 폴짝폴짝 뛰며 누가 더 화면 속 비눗방울을 많이 터뜨리는지 겨루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이들도 마치 자신이 게임을 하듯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질렀다. 여느 초등학생들이 노는 풍경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다. 한 친구는 항암치료를 받느라 머리를 모두 밀었고, 다른 친구는 눈만 남긴 채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감쌌다. 또 다른 둘은 가느다란 손목에 링거 주사를 꼽은 채 어른 키 만한 이동 거치대에 기대고 있었다.
한바탕 게임을 즐긴 아이들은 이번에는 가상현실(VR)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벽면을 꽉 채운 스크린이 아프리카 초원으로 바뀐 뒤 집채만 한 코끼리가 성큼 다가오자 서로 코를 만지겠다고, 필리핀 세부 바닷속을 헤엄치는 거북이가 나오자 하이파이브를 하겠다며 달려들었다.
LG유플러스(032640)(LGU+)가 지난 9월 귀퉁이 휴게실을 ‘U+5G놀이터’로 바꾼 뒤 아이들은 이렇게 동물원에 가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 암 투병 중인 아이를 둔 엄마 김 모 씨는 “한창 치료 중일 때는 바깥 출입은 엄두도 못 내고 복도만 오가는 정도여서 아이가 몹시 심심해했다”며 “U+놀이터가 생긴 뒤 아이가 훨씬 밝아졌다”고 말했다.
LGU+는 지난 6월부터 5세대(5G) 기술을 활용해 일상에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 지 고민했다. 특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할 방안을 찾던 중 어린 환자들에게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치료 과정의 고통은 덜고 꿈과 희망을 안겨주자는 취지에서 ‘U+5G놀이터’를 기획했다. 준비 단계에서 아이들은 “놀이공원과 동물원에 가면 좋겠다”, “VR이 궁금하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보고 싶다” 같은 의견을 내놨다. LGU+는 우선 10여편의 VR콘텐츠와 동화, 게임을 시작으로 ‘U+5G놀이터’를 꾸몄다. 다양한 공부를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콘텐츠로 구성된 ‘U+tv 아이들나라’를 시청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LGU+ 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보강하고, 국내 다른 어린이병원으로 놀이터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마케팅의 하나로 시작했지만 지친 아이들과 보호자들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양산=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