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방위선 밖으로 밀릴 수 있다는 이른바 ‘신(新)애치슨 선언’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최근 한미일 삼각 동맹의 미묘한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담긴 공문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2016년 10월23일 체결한 지소미아는 양국 간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협약이다. 동시에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의 상징이기도 한다. 이런 의미를 가진 지소미아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23일 0시에 정식 종료된다.
이와 동시에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기 싸움’이 한창이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규모로 50억달러를 제시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방위비 공세가 비단 우리만을 향한 것은 아니라지만 지소미아 폐기, 방위비 분담금 협상까지 겹치면서 우리의 동맹 입지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나 태평양방위선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신애치슨 라인이 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50년 1월 당시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미국 태평양 지역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잇는 선으로 정했다고 선언했고 이는 결국 6·25전쟁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
현 정부가 선택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자칫 신애치슨 선언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지소미아 폐기→한일 안보공조 약화→한미동맹 균열’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이들은 오는 15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우리 정부와 대화를 통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가 현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동맹의 핵심 사안을 지소미아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지소미아 종료일을 연기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중장)은 “2017년 현 정부가 중국과 합의한 ‘3NO’ 정책(△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는다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체결부터 지소미아 폐기까지 현 정부가 친(親)북한·친중국 쪽으로 흐르면서 신애치슨 선언과 같은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문재인 정권에 강경한 신호와 함께 선택지를 제시한 듯 보인다”며 “핵심은 지소미아로, 정부가 현 입장에 대한 변화가 없을 때는 미국 정부도 단호히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현덕·김인엽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