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국가 지원사업 사각지대 놓인 영세中企

고용창출 재무상태로 지원평가

정부사업에 선정되기도 힘들어

"12년 개발사업 포기할판" 토로

경기 한 산업단지 전경 / 서경DB경기 한 산업단지 전경 / 서경DB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지원 사업과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직원 5명 규모의 소공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호소들이 나온다. 정부가 지원사업이 부실화 될 것을 우려해 기술이나 재무상태가 1차적으로 검증된 기업을 우선 선정하다 보니 지원이 더 절실한 소공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설립된 대구의 자동차 엔진설비 테스트업체 A사는 엔진연료분사 장치인 인섹터와 고압펌프를 시험하는 장비를 개발해왔다. 직원은 5명에 불과하지만 7건의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한 기술기업이다.


하지만 A사는 제품 개발 이후 판로의 높은 벽을 실감해왔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정부가 투자한 연구개발 기관 모두 검증된 장비를 선호해 무명의 A사 제품은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았다. A사 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에 나선 중소기업의 공통된 어려움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1002개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의 판매처 발굴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제품 성능 검증을 위한 신뢰성 확보’(23%)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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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을 갖춘 A사지만 중소벤처기업부 연구개발(R&D) 지원사업에 10번 지원했지만 딱 1번만 선정됐다. A사 임원은 “기술력과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미선정 결과서에는 ‘기술력은 있지만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하지만 인섹터 시장은) 기술집약적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낮을 수 밖에 없는데 시장성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 지원 사업에서 고용창출 항목에 대한 배점이 높아진 점도 A사 에겐 또 다른 ‘규제’로 다가 왔다.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정부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고용여력이 높은 기업이 훨씬 유리해져 A사와 같은 소공인은 기회가 점점 없어지게 돼서다. B씨는 “현재 경제상황에서는 직원 고용 유지 자체가 중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 기관에서 시행하는 기술개발 사업도 지역 연고나 지자체 주력사업 중심이어서 우리 회사는 항상 제외된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재무상태로 보증을 결정하는 관행도 여전해 A사와 같은 소공인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기술평가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재무제표로 기술을 평가 하다보니 지원을 더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금융실태조사에서도 정책자금 이용의 어려움으로 재무제표 위주 심사(9%) 등이 주요 순위로 꼽혔다. A사 임원은 “12년간 개발사업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개발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소공인 지원 확대를 위해 지원 문턱을 너무 낮추게 되면 부실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딜레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정부 지원 사업의 딜레마라고는 하지만 정부지원 사업 평가가 결과를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정부 지원 기업에 대해 담당 기관이 일정 부분 위험 부담을 지거나 이런 부분들이 평가 기관이 고려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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