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보다 1조원 높은 금액을 써내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그룹의 통 큰 베팅 뒤에는 정몽규(사진) HDC그룹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정 회장은 이달 초 본입찰을 앞두고 실무진에게 “그룹의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회사다.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결정에는 과거 부친과 함께 몸담았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05년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이래 그는 건설업을 확장하기보다는 호텔·면세점 등 유통영역으로의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5월 지주사 출범 이후 미래 신사업 발굴, 사업 다각화에 대한 정몽규 회장의 갈망은 더욱 커졌다.
지주사 전환 이후 1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던 정 회장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경쟁사보다 비싼 값을 적어낸 것은 그만큼 인수에 대한 간절함이 컸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이러한 그의 간절함은 부친인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과 자신이 몸담았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인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포니’ 신화를 일으키면서 ‘포니정’으로 불렸다. 정몽규 회장은 정세영 명예회장이 반석에 올려놓은 현대자동차에서 경영수업을 받다가 1999년 3월 정주영 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하자 부친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정세영 회장은 자신이 일군 현대자동차를 떠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장남인 정몽규 회장은 2005년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 부친의 별칭을 딴 ‘포니정재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당시 부자(父子)가 못다 한 자동차에 대한 꿈을 항공을 통해 이루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그는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 인수로 모빌리티 기업으로 한걸음 도약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