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국책연구기관도 주52시간제가 적용돼 현장에서 혼란이 속출하고 있다. 노사합의를 통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곳은 26개 기관 중 절반도 안돼 상당수가 연구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치 않고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어서다. 연구원들은 매일 상시 근무를 하기보다는 프로젝트 기간에 일이 몰리는 구조다.
지난해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공공기관들도 여전히 각종 부작용은 속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공기업에서 일하는 B부장은 최근 중국 베이징으로 5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당초 8일 일정을 계획했지만 “가능하면 주말은 빼라”는 총무 부서의 요청 탓이다. 주 52시간 시행 상황에서 주말을 포함한 해외 출장을 진행할 경우 자칫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고 업무 시간이 부족하면 차라리 출장을 한 번 더 가라는 권고도 붙었다.
고용노동부 산하 C 공기업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교육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데 주 52시간이 시행되기 전에는 주말에 수업을 듣는 교육생들도 구내식당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교육생들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C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조리사들이 주말에도 당번제로 출근해 음식을 제공했다”며 “지금은 조리사들의 근무시간 관리 때문에 주말에는 구내식당을 열지 않아 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국회 국정감사처럼 업무량이 폭증하는 시기가 되면 기관을 막론하고 ‘아이디 전쟁’이 벌어지는 것도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 D 기관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업무 시간을 초과하면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쓰지 못하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다”며 “국감 시즌이 되면 업무량을 채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동료들의 사번과 아이디를 받아 컴퓨터에 접속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 제도에 따른 부작용이 만발하는 데 유연한 적용이 되지 않아 노사 모두 난감한 상황” 이라며 “업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나윤석·한재영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