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집중근로 기간 짧고 돌발상황 대처 못해"

상의, 주52시간 200여개사 설문

집중근무 많은 건설·호텔업종

탄력근로 3개월론 대응 힘들어

생산라인 등 고장나면 답 없어

변화 빠른 ICT기업 R&D 위축

제품기획·기술개발 등에 어려움

유연근로제 서둘러 보완해야



한 호텔 인사담당자는 “호텔 업계는 행사가 몰리는 연말연시를 전후해 4개월 정도 집중근로가 불가피하다”면서 “연말은 다가오는데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별다른 대책이 없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현행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3개월로는 4개월간의 호텔 특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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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가 12일 주 52시간제를 적용 중인 300인 이상 기업의 애로 사례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집중근로, 돌발 상황, 신제품·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먼저 건설·호텔 업종 등 집중근무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지속되는 분야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혹서기와 혹한기를 빼면 일할 시간 많지 않아 봄·가을에 3개월 이상 집중근무해야 하는데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수시로 발생하는 생산라인 고장, 긴급 AS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긴박한 상황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불만도 많았다. 지방 중견기업 A사 관계자는 “제품 생산으로 한창 바쁜 시기에 생산라인이 고장나면 답이 없다”면서 “주 52시간제를 어기면서라도 급히 고쳐야 할지, 아니면 손실을 감수하며 가동을 멈춰야할지 고민에 빠진다”고 전했다.

연구·기술 직무의 경우 제품 출시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는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제품 기획과 기술 개발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자 대기업 B사 관계자는 “제품 수명주기가 긴 기존 산업은 단기간에 집중적인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적지만 기술 변화가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3개월 정도의 집중 연구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주 52시간제의 애로 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를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고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유연근로제는 기업과 근로자가 필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인가연장근로제 등이 있다.

대한상의는 먼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를 요청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없으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제도로 1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면 된다. 대한상의는 “일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업종의 경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보다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탄력근로제 개선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또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선택근로제와 근로시간·근로방법 등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하는 재량근로제의 보완도 건의했다. 선택근로제 경우 단위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달라는 기업들의 의견이 많았다. 재량근로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지시를 금지하는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유연근로제 확대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있지만 오남용은 기업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해결하고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위한 제도의 문은 반드시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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