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시작해 기록으로 끝났다.
찬란했던 2019시즌을 마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팬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귀국했다. 류현진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29경기 14승5패) 기록을 들고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러 14일 오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내 배지현씨와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류현진은 “선발 30경기 출전이 목표였는데 거의 채웠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좋았던 점이 만족스럽다. (시즌을 점수로 평가하자면) 8월에 안 좋았기 때문에 1점을 빼고 99점”이라고 말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거취를 놓고 고민 중인 그는 “그 부분은 에이전트한테 일임했다. 3~4년 계약 정도로 예상한다”면서 내년에 첫 아이를 갖는 데 대해서는 “내 운동신경과 아내의 미모를 모두 닮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5월 한 달 간 32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6경기 5승, 평균자책 0.59로 이달의 투수상도 받았다. 한국인 수상은 박찬호(당시 다저스) 이후 21년 만이었다. 류현진은 6월5일 애리조나전까지 7연승도 달려 1999년 박찬호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기도 했다. 개막 16경기 연속 볼넷 1개 이하라는 내셔널리그 역대 2위 기록도 세웠다.
이날 오전에는 아시아 최초로 사이영상(최고투수상) 투표에서 1위 표를 얻었다. 한국인이 사이영상 투표에서 표를 얻은 것도 처음이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발표에 따르면 류현진은 이날 1위 표 1장, 2위 표 10장, 3위 표 8장, 4위 표 7장, 5위 표 3장을 얻어 총 88점으로 내셔널리그 2위에 올랐다.
류현진은 비록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2년 연속 수상한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의 만장일치 기록을 가로막았다. 디그롬은 1위 표 29장과 2위 표 1장(207점)을 얻었다. 사이영상 세 차례 수상 경력의 맥스 셔저(워싱턴)가 72점으로 3위다.
1점대 평균자책을 지키던 류현진은 8·9월 4경기에서 흔들리기는 했지만 마지막 3경기를 모두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막아내며 전체 평균자책 1위를 지켜냈다. 캘리포니아주 지역지인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 소속의 마크 위커 기자는 이런 류현진에게 투표인단 30명 중 유일하게 1위 표를 던졌다. 트위터에 일부 야구 팬들이 비난의 글을 남기자 위커 기자는 기사를 통해 “류현진은 8월11일까지 1.45의 평균자책으로 역사상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단 4경기에서 부진했다고 사이영상을 박탈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류현진은 삼진/볼넷 비율에서 6.79로 디그롬(5.80)에게 크게 앞섰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182⅔이닝을 던져 14승5패, 평균자책 2.32, 163탈삼진, 피안타율 0.234를 기록했다. 디그롬은 류현진보다 20이닝 이상 오래(204이닝) 마운드를 지키며 11승8패, 평균자책 2.43, 255탈삼진(전체 1위), 피안타율 0.207을 작성했다. 류현진은 “수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1위 표를 얻은 것은 기분 좋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21승6패, 평균자책 2.58의 저스틴 벌랜더(휴스턴)가 1위 표 17장, 2위 표 13장의 171점으로 팀 동료 게릿 콜(159점)을 제치고 수상했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