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 경포대는 고려말 안축의 ‘관동별곡’을 시작으로 조선 시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등 수많은 문인들의 소재가 된 곳이다. 경포호가 보이는 수려한 경관과 함께 누마루를 2단으로 구성해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지금까지도 수많은 여행객이 찾는 장소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호였던 강릉 경포대를 포함한 누정(樓亭) 문화재 10건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은 14일 역사, 예술, 학술, 건축, 경관이 뛰어난 누정문화재를 국가지정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누정은 멀리 볼 수 있게 다락구조로 높게 지어진 누각과 경관이 수려하고 사방이 터진 곳에 지어진 정자를 일컫는 말이다. 조선 시대의 누정은 선비정신이 집약된 건축물로 자연 속에서 인간사를 고민하며 시와 노래를 짓던 장소였다.
경포대 외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된 누정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6호 김천 방초정과 제147호 봉화 한수정, 제183호 청송 찬경루, 제199호 안동 청원루, 제200호 안동 체화정, 경북 민속문화재 제94호 경주 귀래정, 대구 유형문화재 제36호 달성 하목정, 전라남도 기념물 제104호 영암 영보정,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6호 진안 수선루 등이다.
김천 방초정은 이의조가 1788년 중건한 정자로 계절 변화에 대응해 마루와 방을 합치거나 분리할 수 있는 가변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봉화 한수정은 조선 중기 3대에 걸쳐 완성된 정자로, 초창(1608년)과 중창(1742년), 중수(1848년, 1880년)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 청송 찬경루는 세종대왕 비인 소헌왕후 심씨와 청송심씨 가문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누각으로 현존하는 누각 중 객사와 나란히 지어진 유일한 관영 누각이다.
이 밖에 안동 청원루는 17세기 향촌 사회 유력 가문의 건축형태를 간직한 정자형 별서 건물이며, 진안 수선루는 자연 암반의 형태를 살려 지어진 누정으로 획일적인 건축의 틀을 벗어나 있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누정 문화재는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의견 수렴과 거쳐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부터 시·도 지정문화재(유형문화재, 민속문화재, 기념물)와 문화재자료로 등록된 총 370여 건의 누정 문화재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거쳐 총 1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검토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지정가치 자료보고서를 작성하고 최종적으로 10건을 보물로 신규 지정하게 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도 건조물 문화재 중 가치가 덜 알려진 문화재를 발굴할 것”이라며 “지역 문화재의 사회적 가치 제고와 주변 환경 정비 등 역사문화환경을 개선하는 사업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