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되겠나

금융위원회가 14일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방안은 한마디로 과잉처방이다. 개선방안은 사모펀드 개인투자자의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고 손실 가능성이 20% 이상인 이른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은행에서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3억원 이상으로 올리면 실제 투자할 수 있는 자산가는 확 줄어들 것이다. 은행의 판매창구 분위기는 급속히 차가워지고 모험자본을 키워 혁신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사라질 것이다. 운용상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을 개선하면 되는데 그런 차원을 넘어 아예 사모펀드 자체를 없애는 잘못을 저지르는 셈이다. 고난도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 문제가 크다. 고난도 상품이라면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 불완전판매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판매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이번 투자자보호 대책은 금융위가 8년 전에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건전화 조치처럼 시장만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위는 2011년 파생상품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며 개인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올리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당시 거래대금이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커졌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정부 조치 이후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전체 파생상품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11년 66조3,000억원에서 2018년 45조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7조원에서 6조1,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금융위는 파생상품시장이 이렇게 위축되자 올 들어 예탁금 기준을 완화하는 등 발전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꺾인 추세를 돌이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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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은행으로 오는 고객의 발길을 막고 고객에게 은행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고객과 은행이 만나지 않으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나왔다. 이런 식이라면 금융산업 발전도, 고객의 금융자산 축적도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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