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11월 예능방송인 브랜드 평판지수에서 유재석은 1위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이후 5개월 연속 예능 방송인 브랜드평판 1위다. 국민 MC 유재석은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예능인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전 채널 석권...김태호 PD와 시너지로 날개= MBC ‘놀면 뭐하니?’,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KBS2 ‘해피투게더4’, SBS ‘런닝맨’,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 현재 유재석이 진행하거나 진행 예정인 프로그램들이다. 주요 TV 채널을 석권한 그는 넷플릭스 예능에도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는 SBS ‘런닝맨’에 추리 요소를 더한 새로운 장르다. 지난 8일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 시즌2가 공개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합을 맞춰 지난 7월부터 새롭게 선보인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을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게 했다. ‘놀면 뭐하니?’는 다양한 프로젝트들로 구성돼 방영 초반에는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부정적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재석이 친 드럼에 유희열·이적·이상순·적재 등이 편곡의 멜로디를 얹어 아름다운 노래를 완성하는 과정이 담긴 ‘유플래시’ 편부터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더니 유재석이 트로트가수 ‘유산슬’로 변신하는 ‘뽕포유’ 편은 전 세대에 걸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명성을 회복했다”면서 “트로트 예능이 트로트를 즐기는 장년층이나 노년층뿐만 아니라 뉴트로에 열광하는 젊은 층까지 충분히 공감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유재석과 김태호 PD와의 긍정적인 시너지가 성공의 바탕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유재석이 김태호 PD가 만든 판 위에서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낸 거 같다”며 “두 사람의 공조로 유재석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평했다.
유재석은 김태호 PD의 ‘페르소나’라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의 시너지는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서도 확인됐고, 김 PD 역시 유재석에 대한 각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7월 열린 ‘놀면 뭐하니?’ 기자간담회에서 김 PD는 새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을 선택했냐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히려 유재석이 저를 선택한 것 같다”며 “지난해 말부터 목요일마다 자주 만나서 ‘앞으로 뭐할까’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새로운 예능이 없을까’ 하는 큰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재석과 얘기를 나누면 연기자와 PD가 아니라 예능 선후배로 얘기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명시절 후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이 인기 바탕=유재석은 방송가 안팎에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집과 방송을 오가는 것이 전부라고 알려진 바른 생활 사나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유재석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유재석이 기부를 하거나 선행을 했다는 사실도 매니저나 회사가 나중에 알게 되는 등 회사도 모르는 미담이 많다”고 전했다.
‘유느님’이라는 수식어는 이 같은 그의 면모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인 방송인으로서의 재능이야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방송이나 사회문화 트렌드를 꾸준히 공부하고 인품까지 탁월해 사람 그 자체로서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 동료들이 그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지 인기 예능인이라서가 아니라 본받을 점이 많은 그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석이 처음부터 ‘유느님’이었던 것은 아니다. 긴 무명시절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유재석은 1991년 KBS 주최 제1회 대학 개그제에서 최승경과 함께 장려상을 받으면서 데뷔했다. 이후 여러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얼굴을 알리지 못했고, 1990년대 후반 ‘서세원 쇼’의 코너 ‘토크박스’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맛깔스럽게 풀면서 이름을 대중들에게 점차 각인시켰다. 이후 MBC TV ‘목표달성! 토요일’-‘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등을 거쳐 2006년 ‘무한도전’이라는 대한민국 예능의 새 역사를 쓰는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오랜 시간을 지내오면서 그는 철저한 ‘공부벌레’가 됐다. 김태호 PD는 “유재석은 새벽 6시에 하는 홈쇼핑까지 볼 정도로 TV를 많이 보고, 예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평했으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김민석 PD는 “언제 잠을 자는지 모를 정도로 TV 프로그램부터 뉴스, 유튜브 콘텐츠, 신문까지 섭렵해 누굴 만나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유재석”이라며 “제작진에게 힙(hip)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는 등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촬영 영역 상당 부분은 유재석이 연출을 맡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그는 한결같다. 유재석은 “주변은 시속 120㎞, 140㎞로 빠르게 가는 것 같다. 저 자신의 속도를 스스로 가늠은 못 하겠다. 그런데 나름 시속 80㎞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라고 한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사랑받는 비결이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늘 시청자들과 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