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 기간이 불과 5일 남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에 대해 한일 국방장관 모두 뜻을 같이했지만 이를 위한 해결책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17일 방콕에서 만나 한일 관계가 갈등 국면에서 ‘평행선’을 달린다는 점만 재차 확인했다.
한일 국방장관회담은 지난 6월1일 싱가포르에서 ‘초계기-레이더 사태’ 해결을 위해 만난 후 5개월여 만에 방콕에서 열렸다. 특히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이 대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애써 웃음을 보이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회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40분 동안 이어진 논의에도 아무런 진전이 없자 회담 분위기는 점점 싸늘해졌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한일 양국은 물론 미국 측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던 터라 양 장관은 회담 테이블에 앉자마자 물부터 들이켰다. 하지만 회담이 끝난 후 정 장관은 “원론적인 수준”이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정 장관은 고노 방위상에게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 등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고노 방위상은 지소미아 유지를 원하는 일본 정부 입장만 원론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를 찾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 장관에게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후 에스퍼 장관이 일본 측에 이 같은 뜻을 전하겠다고 하면서 미국 중재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상황 변화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대응 방침 유지 입장을 미국 측에 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일 지소미아 문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여전한 가운데 한미 국방장관은 방콕 현장에서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이달로 예정됐던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에스퍼 장관이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한미 국방 당국의 결정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에 너무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이 최근 들어 연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하듯 에스퍼 장관은 방콕에서 열린 한미 국방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한반도의 연합전력에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 보장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미국의 전력, 한반도에 있는 전력은 최상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구경우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