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위사태 발생 뒤 처음으로 시내 도로 청소작업에 투입됐다. 시위대가 남긴 장애물을 걷어내는 도로 정비작업을 위해서라는 명분이지만 중국 최강의 대테러 특전부대가 홍콩 시위사태 발생 이후 처음 나섰다는 점에서 여차하면 무력을 투입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경고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빈과일보, 동방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콩 주둔 중국군 수십명이 40여분간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에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시위대를 ‘폭력범죄 분자’로 규정하며 조속한 질서회복을 강조한 가운데 이뤄져 이목을 끌었다.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한 이들 중국군 가운데 상당수는 뒷부분에 ‘설풍특전영(雪楓特戰營)’이라고 쓰인 남색 티셔츠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앞부분에 호랑이 문양, 뒷부분에는 ‘특전팔련(特戰八聯)’이라는 글자가 쓰인 주황색 티셔츠를 입었다.
홍콩 언론은 이들 중국군이 중국 서부전구 76집단군의 ‘설풍특전여단’ 소속이라며 중국 내 최강의 대테러 부대라고 전했다. 설풍특전여단은 펑더화이의 지휘하에 한국전쟁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SCMP는 “중국 관영매체가 홍콩 시위에 연일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는 것에 비춰볼 때 최악의 상황에서 시위진압에 이들 부대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17일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홍콩이공대에 경찰이 투입돼 격렬한 충돌이 일어난 가운데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 한 명이 왼쪽 종아리에 화살을 맞는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 화살이 시위대가 쏜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