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야근이나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종종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 맛집의 음식을 시켜 먹는다. 빨래·청소 등 집안일은 주기적으로 전문 대행서비스를 이용하고 장보기도 온라인 배송으로 해결한다. 놓친 드라마나 영화도 정기 결제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언제든지 볼 수 있어 쉬는 날이면 집 밖을 나갈 일이 거의 없다.
A씨처럼 집에서 각종 여가와 소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홈코노미(Home+Economy)’ 관련 업종에 대한 카드 결제가 1년 반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가 18일 펴낸 ‘가정에서의 소비활동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2·4분기(4~6월) 홈코노미 관련 업종의 하루 평균 카드 결제 건수는 지난해 1·4분기(1~3월)보다 1.9배 증가했다. 이는 KB국민카드가 2018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음식 배달앱 △가전 렌탈 △일상용품 배송 △집안·차량 관리 △홈엔터테인먼트 등 홈코노미 관련 5개 업종을 이용한 25~54세 국민카드 고객의 카드 결제 데이터 4,492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증가폭은 음식 배달앱이 가장 컸다. 음식 배달앱은 같은 기간 카드 결제 건수가 2.14배 늘어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어 자녀·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나 출장 청소·세차와 같은 집안·차량 관리 업종은 2.01배, 영상·음악·도서·게임 등 홈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종은 1.83배 늘었다. 올해 들어 카드 결제 건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 것은 가전 렌탈 업종이었다.
결제 빈도로 보면 사회 초년생인 25~34세가 전체 결제 건수의 53.7%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다만 건당 결제액이 가장 높은 ‘큰 손’은 35~44세 여성이었다. 이들은 건당 평균 2만8,840원을 결제해 전체 건당 평균 결제액(2만4,393원)을 18%가량 웃돌았다.
여유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홈코노미’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국민카드에 따르면 홈코노미 업종 이용자 가운데 35.9%는 지난해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집에서 보낸다는 응답자(51.7%)도 밖에서 보낸다(21.2%)는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도 절반(49.5%)에 달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통계적 변화 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도 홈코노미 관련 업종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집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관련 산업도 점차 다양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