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시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행보로 응수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무력시위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18일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구분대들의 강하훈련을 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저격병들이 강하를 정말 잘한다”며 “불의에 떨어진 전투명령을 받고 생소한 지대에서 여단장·정치위원들이 직접 전투원들을 이끌고 능숙한 전투 동작들을 펼치는데 정말 볼 멋이 있다. 용맹스럽고 미더운 진짜배기 싸움꾼들”이라고 호평했다.
김 위원장은 군사능력을 과시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과 남한으로부터 제재완화 등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술로 관측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낙하산 침투훈련 지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적인 수단으로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낸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단지에서 과거 방사성 물질 이동에 쓰였던 특수 궤도차의 이동 정황이 포착된 것도 비핵화 협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1일과 9일 입수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영변 핵 시설 인근에서 4대의 특수 궤도차가 이동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발표가 난 지 10시간 만인 17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게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취지의 트윗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트윗에서 북한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개’라고 비난한 데 대한 의미를 축소한 뒤 “나는 당신(김 위원장)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원하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에 대한 뉘앙스를 풍긴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대미 협상에 정통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서 새로운 조미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하였다”면서도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북제재 완화 및 북한 테러지정국 해제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러시아 대사관은 김 위원장의 측근이자 북미 비핵화 협상에 깊숙이 관여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러시아로 향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앞두고 우방인 러시아와의 공조방안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