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9일 국무회의에서 ‘20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철도노조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 총리는 “노조의 생각을 이해한다”면서도 입시 시즌 수험생의 불편과 다음 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 국가 이미지 하락 등이 걱정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9회 국무회의에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철도 파업 문제를 언급했다.
이 총리는 “한국철도공사와 그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노조가 내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며 “어제 노사가 협상을 했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고, 오늘도 협상을 계속한다”고 먼저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번에 노조가 파업한다면 올해 9월 자회사 노조 파업과 10월 한국철도공사 노조 파업에 이어 세 번째 파업”이라며 “이미 15일부터 일부 열차가 지연돼, 이용객들께 어려움을 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 경영 상태, 정부 재정여건 봐달라” 호소
무엇보다 이 총리는 현재 전국적으로 중요한 도시 간 이동이 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 총리는 “대입 수험생들이 논술과 면접시험을 위해 이동하는 데 불편을 겪었고, 앞으로의 대입 일정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며 “파업이 계속되면 다음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에 오시는 외빈 등의 불편과 국가 이미지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노조의 생각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만년 적자’인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상태와 정부의 재정여건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총리는 “노조는 국민의 불편과 어려운 경제, 국가적 외교 행사 등을 감안해 파업을 자제해주시기 바란다”며 “한국철도공사도 더 열린 자세로 교섭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토교통부와 관계기관에도 인력확충 등 해결 가능한 방안이 있다면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더해 이 총리는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1,300여 명 가운데 400여 명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7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파업과 점거 농성으로 환자와 보호자들께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노사는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달라”며 “교육부도 적극 지원해 주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철도노조, 인력충원·SR통합 등 요구
한편 철도노조는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위한 인력 충원과 SR과 통합 등을 요구하며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에 협의를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고, 철도공사 경영진은 눈치만 보고 있어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는 ▲4조 2교대 내년 시행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통합, 특히 SRT 운영사인 SR과의 연내 통합 등 4가지 사항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이 현실화하면 KTX와 광역전철,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30∼70%가량 감축 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퇴근 시간대 교통혼잡과 수출입업체 물류 차질 등이 불가피하다.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 자회사 노조도 함께 파업에 나서는 만큼 열차 내 안내, 주요 역 발권 업무 등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