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이탈한 뒤 중국이 한일 양국에 미국의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지 않도록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때 이런 입장을 밝혔다면서 INF 조약 실효 후에 미국의 대중(對中) 억제정책을 경계하는 중국이 한일 양국에 압력을 가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고노 다로 당시 일본 외무상(현 방위상)을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INF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양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강 장관은 왕 국무위원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우선 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대응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고노 당시 외무상은 일본 배치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의 미사일이야말로 일본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중국이 먼저 군축에 나서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냉전 시절인 1987년 옛 소련과 맺었던 INF조약에서 이탈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올 8월 이 조약은 효력을 잃었다. 미국이 이를 계기로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의 개발과 배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배치가 유력한 후보지로 동북아가 거론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한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와의 회담 때도 동아시아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는 것에 우려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슈라이버 차관보는 방중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와 외무·방위성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측의 흥미로운 반응이 있었다”며 중국 측 태도를 설명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미국은 그러나 한일 양국과 INF 문제에 대해선 ‘동맹국 간의 문제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