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온라인·모바일 등을 포함하는 관련 부문이 첨단화하면서 전통적인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만큼 ICT 분야로 칼날을 겨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사무처장 주관으로 첫 회의를 열고 ICT 전담팀의 활동을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출범한 이 조직은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지식재산권 등 총 3개 분과로 구성됐다. 조성욱 위원장이 지난 9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출범한 이 TF의 팀장은 채규하 사무처장이 팀장이 맡았다. 시장감시국·경제분석과·국제협력과 소속 직원에 외부 전문가를 더해 15명 안팎의 인력이 활동하게 된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 정조준=ICT 전담팀은 지난주 첫 회의를 통해 국내 최대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에 대한 제재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제별로 총 3건의 심사보고서를 완성해 네이버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장 역할을 하는 이번 심사보고서에는 네이버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자사의 서비스를 우대했다는 혐의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ICT 부문 규제에 대한 공정위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제재의 칼날이 구글과 같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에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CT 전담팀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 방안도 집중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는 아고다·부킹닷컴·익스피디아 등 국내 시장에 진출한 OTA 사업자들이 숙박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최저가 보장 조항’을 삽입했다는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동일성 조항이라고도 불리는 이 약관은 호텔 등의 숙박업소가 OTA를 통해 객실 상품을 판매할 때 경쟁 OTA나 호텔 자체 웹사이트를 포함한 다른 판매 경로와 같거나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ICT 전담팀의 또 다른 분과인 모바일 부문의 경우 관련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가 끼워팔기 등의 행태를 통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지, 지식재산권 부문은 표준 필수 특허권자 등이 특허 사용료 등을 부당하게 부과하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사무처장에게 TF 팀장 맡겨=이번 ICT 전담팀 출범에는 지난 9월 취임한 조성욱 위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ICT 부문에 대한 집중 감시는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함께 조 위원장이 핵심 현안으로 내세운 화두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 수장에 오른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플랫폼 기업의 정보 독점력과 독과점 지위 이용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들 업종의 부당한 시장 지배력 남용을 적극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ICT 분야의 감시 강화는 선진국들의 공통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쟁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올해 2월 공정위의 ICT 전담팀과 유사한 형태의 ‘테크놀로지 TF’를 발족한 뒤 최근 이를 상설 조직으로 전환했다.
비록 공정위의 ICT 전담팀은 상설 조직은 아니지만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사무처장에게 팀장을 맡긴 것 역시 이번 TF의 활동에 대한 조 위원장의 기대감이 담긴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5년에도 ICT 분야를 감시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으나 당시에는 인원이 3~4명에 불과했고 퀄컴 사건을 끝으로 조직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