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를 열어젖힌 넷플릭스가 디즈니 플러스 등 대형 후발주자의 등장에 더해 국내 망 사용료 갈등까지 겹쳐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동통신사들이 디즈니+와 협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콘텐츠 수요를 모두 흡수했던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업계는 디즈니+와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북미에서 출시된 지 하루 만에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디즈니+의 강점은 다양한 콘텐츠다. 디즈니+는 디즈니와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 TV프로그램 7,500편과 영화 600편을 공개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디즈니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마블 등 인기 콘텐츠를 구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늘려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디즈니+가 국내 통신사와 손을 잡고 한국에 진출하게 되면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 추이는 꺾일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 숫자는 올해 월 121만명에서 10월 200만명으로 65% 급증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넷플릭스 서비스 시작 8년 만인 지난 2·4분기 처음으로 가입자가 줄어들기도 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는 겨울왕국과 마블 시리즈 등 국내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 진출시 가입자 증가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SK텔레콤(017670)과 지상파3사가 함께 내놓은 ‘웨이브’, CJ ENM과 JTBC의 연합 OTT 등 토종 콘텐츠를 갖춘 국내 업체의 도전도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는 “미국 내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1위인 넷플릭스의 TV 사용시간 점유율이 10%에 불과하다”며 “아직 스트리밍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고 밝혔다.
OTT 시장의 경쟁과 더불어 망 사용료 갈등 역시 넷플릭스 국내 사업에 발목을 잡는 요소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1년여에 걸쳐 망 이용대가 지불 관련 협의를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단계까지 왔다.
사실 글로벌 CP(Contents Provider·콘텐츠제공사업자)와 국내 통신사간 망 이용료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망 사용료로 734억원(2016년 기준)을 지불했던 네이버 등 국내 사업자와 달리 해외 사업자들은 공짜로 망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이 지난 1월 SK브로드밴드와, 10월 KT·세종텔레콤과 네트워크 계약을 체결하며 망 사용료를 내기로 하면서 다음 타깃이 넷플릭스로 넘어갔다. 넷플릭스는 캐시서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오픈 커넥트’를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대신 망 사용료는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캐시서버는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영상을 따로 모아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는 망 트래픽을 현저히 줄이면서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Win Win) 방안”이라며 “SKB에도 오픈 커넥트 서비스 무상 제공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캐시서버를 설치하더라도 국내 트래픽이 급증하는데 드는 비용은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에서도 글로벌 콘텐츠 공급사들의 ‘공짜망 이용’ 문제가 꾸준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