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바오류 붕괴 위협에…中 결국 '돈풀기' 본격화

■기준금리격 LPR 또 인하

정부, 두달만에 0.05%P 내려

재정만으론 경제난 타개 한계

유동성 공급 우회로 선택한듯

인민은행장도 완화 천명했지만

무역戰 '1단계 합의'조차 못가

실물경기 부양 성공 낙관 어려워




중국 정부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달 만에 다시 인하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과 경기둔화로 인한 ‘바오류(保六·6% 이상 성장)’ 붕괴 우려가 커지자 ‘돈 풀기’의 방향성에 분명하게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현지시간) “11월 1년 만기 LPR이 지난달의 4.20%보다 0.05%포인트 내려간 4.15%로 집계됐다”고 공고했다. 인민은행은 5년 만기 LPR 역시 전달의 4.85%에서 4.80%로 0.05%포인트 내렸다.


중국은 정부가 은행에 기준 대출·예금금리를 직접 지정하면서 통화정책을 유지한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부터 매달 20일 18개 시중은행 보고 값의 평균을 ‘신(新) LPR’로 고시하고 있다. 기준 대출금리 자체를 내릴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우량고객을 상대로 정하는 대출우대금리를 바탕으로 LPR 제도를 별도로 만든 것이다.

제도 개편 이후 8월 처음 고시된 1년 만기 LPR은 4.25%로 대출 기준금리보다 0.1%포인트 낮았다. 9월에는 4.20%로 0.05%포인트 더 하락했다. 10월에 일시 동결했지만 이달 추가로 0.05%포인트가 낮아짐에 따라 8월 이후 사실상 기준금리가 기존 4.35%에서 0.2%포인트 하락한 효과가 발생했다. 베이징의 한 금융소식통은 “중국이 4개월째 조심스럽게 LPR을 움직이고 있는데 일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 인하한 것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5년 말 이후 대출·예금 기준금리를 묶어놓았다. 기준금리 자체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회색 코뿔소’로 불리는 금융 리스크를 촉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이날 LPR을 추가로 0.05%포인트 내린 것을 놓고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쪽으로 당국이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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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처럼 돈 풀기에 나선 데는 기존 인프라 투자와 감세 등 재정정책만으로는 경제난국 타개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글로벌 금융가는 물론 중국 내에서도 이미 내년 ‘바오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오는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5.7%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의 전망치 5.8%보다도 낮다.

시장에서는 향후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이 더 완화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은 표면적으로 긴축도 완화도 아닌 중립적 범위인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미 완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전날 주요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좌담회를 열고 “계속 경기조절 정책을 강화하고 대출이 실물경제를 돕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의통화(M2)와 사회융자 규모 증가 속도를 명목 국내총생산 증가율에 맞추도록 하고, 경제가 합리적 구간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출확대를 요구했다.

다만 중국 경기 둔화의 직접적 원인인 미중 무역갈등의 먹구름이 아직 걷히지 않아 중국의 실물경기 부양 노력이 결실을 볼지는 불투명하다. 당초 이달 16~17일 칠레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 간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칠레 시위사태로 취소되면서 협상 진로도 난관에 부딪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그저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사태가 적절하게 다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매우 어려우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협상 쟁점과 관련해 “관세인하 방법과 시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규모가 난제”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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