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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판결 공정·정의와 거리 멀어...사법기관 관계자들 꼭 읽어보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역주 흠흠신서' 출간 간담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연합뉴스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연합뉴스



“다산(茶山)은 수사와 재판이 뇌물이나 권력의 압력, 사사로운 친분 세 가지 때문에 공정해지지 않는다고 보고 어떻게 하면 수사와 재판이 공정해질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담은 책이 바로 ‘흠흠신서(欽欽新書)’입니다. 현재 검찰개혁 문제도 이와 연관된 이야기입니다.”

‘역주 흠흠신서’ 역자인 박석무(77·사진)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작 ‘흠흠신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대학원 시절부터 평생 다산 정약용(1762~1836년) 사상을 연구해왔다. ‘역주 흠흠신서’는 네이버문화재단과 한국인문고전연구소가 추진 중인 고전 번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년 만에 재출간된 책이다.


‘역주 흠흠신서’는 기존 흠흠신서에 전문가들의 번역·연구 등 현대화 작업을 거쳐 접근성을 높였다. 당초 ‘경사요의’ ‘비상전초’ ‘의율차례’ 등 30권 10책으로 된 원문을 3권으로 요약하고 원문서 1권을 더해 총 4권으로 구성했다. 박 이사장은 “과거 흠흠신서를 번역한 책은 일반인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어려웠다”며 “이번에 나온 책은 과거 번역서의 오역과 불안정한 요소들을 다 밝혀낸 완역본으로 현대인들이 읽기 편하게 만들어진 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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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신서는 다산이 목민관으로 일하면서 살인 사건의 조사·심리·처형 과정이 매우 형식적이고 무성의하게 진행되는 것을 개탄하며 계몽할 필요성을 느껴 집필한 형법서다. 청의 법률과 판례, 조선시대 현행법·보통법으로 적용된 명의 형률서인 대명률 등을 참고하고 여기에 자신이 처리했던 수사와 판례, 전해 들은 살인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도 덧붙였다. 일종의 살인 사건에 대한 판례집이다.

박 이사장은 흠흠신서 서문에 나오는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매여 있다. 그런데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 행하면서도 삼가고 두려워할 줄을 몰라 세밀한 부분까지 명확하게 분별하지 못하고서 소홀히 하고 흐리멍덩하게 처리하여 살려야 하는 사람을 죽이기도 죽여야 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는 구절을 소개하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우 치밀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 어떤 누구도 억울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인혁당 사건’ ‘조봉암 사건’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등을 비롯해 오늘날 판결은 200년 전 다산이 생각했던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의미에서 흠흠신서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라며 사법기관 종사자들에게 꼭 한번씩 읽어볼 것을 권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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