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재주 하나는 전 세계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K바이오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른 기술수출 역시 이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후보물질 발굴에 투자를 이어가고,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역시 급격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바이오플러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이백승 켄서롭·엠제이셀바이오 CTO(최고 기술 책임자)는 “세포치료제,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은 분명히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CTO는 미국 블루버드바이오에서 키메라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 개발을 담당했는데, 블루버드바이오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 중 하나인 ‘진테글로’를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치료제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에서 개발해 올 여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신약 ‘진테글로’는 지중해성 빈혈을 단 1회 투여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신약으로 약가가 157만5,000유로(약 21억원)에 달한다.
이 CTO는 K바이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진테글로와 같은 ‘명품’ 신약을 꼽았다. 항암제 등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약품은 연구 기획 등이 중요해, 미국 등 제약바이오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반면 희귀의약품은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는데다, 정밀한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한국에서도 몇몇 기업들 사이에서 유전자편집, 면역기작 조절 등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이 CTO는 내다봤다.
이 CTO는 한국에서 췌장암을 고칠 수 있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한 혈액암 대상 CAR-T 치료제가 아니라, 고형암에 최초로 적용 가능한 CAR-T 치료제다. 여기서 성과가 나온다면, 대상 암종을 공통 표적암항원을 가진 유방암 대장암 등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암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역분화줄기세포(iPS)를 활용한 암 또는 희귀질환 세포 은행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줄기세포를 활용해 질환에 걸린 조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국내 연구자들이 찾아낸 신약후보물질들이 이 암들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CTO는 “질환 줄기세포 은행을 구축하면 맞춤형 치료제를 동물실험 이전에 수월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이 작은 분야에서 선도제품의 개발을 추구하고, 시장이 큰 분야에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최상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후발주자인 K바이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