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올림픽 후원사




1997년 5월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김운용 IOC 위원, 이건희 삼성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사장이 모였다. 올림픽 파트너(후원사) 계약을 하기 위해서다. 공식 행사에서 사마란치 위원장과 이건희 회장이 배석한 가운데 김운용 위원과 윤종용 사장이 글로벌 후원사를 뜻하는 ‘TOP(The Olympic Partner)’ 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미국·일본기업들이 독점해온 ‘TOP’ 클럽에 삼성이 입성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삼성은 이듬해 나가노올림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년 이상 무선통신 분야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지역 후원사 참여를 기점으로 하면 30년이 넘는다. 삼성의 올림픽 역사도 상당하지만 코카콜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90년 전인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에 콜라 1,000박스를 지원하면서 파트너가 됐다. 기업이 올림픽을 후원한 첫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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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후원사는 말 그대로 돈·기술·서비스를 제공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도우면서 자사 마케팅·홍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수많은 기업이 올림픽을 활용해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 하나 누구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IOC가 후원금액과 서비스 범위를 고려해 지정한다. 크게 전 세계 마케팅 권한을 갖는 TOP, 특정지역 마케팅만 가능한 공식 후원사로 분류된다. ‘월드 와이드 파트너’로도 불리는 TOP는 분야별로 1개씩 선정되는데 후원금액이 1,000억원 이상이다. 공식후원사도 금액에 따라 파트너(500억원)·스폰서(150억원)·공급사(25억원)·서포터(25억원 미만) 등 4등급으로 나뉜다.

재미있는 것은 역대 후원사를 보면 시대 변화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TOP가 그렇다. 삼성의 첫 가입 당시 10개 멤버 중 남아 있는 곳은 코카콜라·비자·파나소닉 정도다. 맥도널드와 코닥·제록스·IBM 등은 사라졌다. 맥도널드는 평창올림픽을 마지막으로 41년 만에 퇴장하고 대신 인텔이 들어왔다. 2년 전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사인 중국 알리바바가 멤버가 된 데 이어 ‘공유의 시대’를 반영하듯 숙박공유 플랫폼 업체인 에어비앤비도 가세했다. 최근 IOC와 TOP 계약을 체결하고 2028년 LA올림픽까지 활동을 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또 어떤 새 얼굴이 등장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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