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파국 피한 지소미아 앞으로가 중요하다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조건부 연기’ 결정을 내렸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2차장은 22일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일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절차도 정지하기로 했다.


물론 ‘언제든지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결단으로 일단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애초에 단추를 잘못 끼웠지만 뒤늦게나마 대승적 견지에서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열린 천안 실리콘웨이퍼 공장 준공식에서 아무도 대한민국을 흔들 수 없다며 ‘경제 자강론’을 내세웠지만 지소미아를 폐기했을 경우 안보와 경제 등에서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일본과의 갈등도 그렇거니와 예상보다 거셌던 미국과의 관계가 얼어붙는 최악의 상황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미국 조야에서 “동맹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을 갖게 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우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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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가 일단 최악의 사태를 막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한국 측의 제안에 대해 일본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푸는 것이 관건이다. 일본이 “대화하는 동안 화이트리스트 품목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의 협상이 중요해졌다. 양국이 대승적 관점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협상의 정신을 발휘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양측이 일단 큰 틀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결정에 대해 일정 부분 양보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간의 군사정보교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한미동맹의 미래에도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양국은 이번 사태를 해묵은 앙금을 털어내고 호혜의 원칙에서 정상적인 협력관계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옛말에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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