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저무는 인텔 시대.. 반격 가능할까?

서버용 CPU 신제품 출시 지연

모바일은 ARM에 내줘

AMD 등의 추격도 부담




마이크로소프트의 PC용 운영체제 ‘윈도’와 인텔의 CPU가 이끌어 온 IT업계의 이른바 ‘윈텔’ 왕국은 2020년도에도 계속 이어질까. 최근 IT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사업 강화로 시가총액만 1조1,411억 달러에 달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예전 보다 이름값이 못한 인텔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다.

23일 IT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예전과 같은 패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텔의 시가 총액은 2,506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의 4분의 1 수준이며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업체인 엔비디아(1,290억 달러)의 2배가 조금 안된다. 이름 값에 비해 시가 총액이 낮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초 CPU 보안 버그 유출 사건 이후 ‘기술의 인텔’이라는 브랜드에도 금이 갔다.

시장 상황도 크게 좋지않다. PC용 CPU 시장에서는 리사수 최고경영자(CEO) 취임후 환골탈태 중인 AMD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데다 서버용 CPU에서도 AMD가 ‘에픽’ 2세대 프로세서로 인텔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을 기세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모바일 대응 미흡을 안타까워 한다. 인텔은 저전력이 중심이 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ARM 등에 치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출시 초창기 인텔의 프로세서는 35W 가량의 전력을 소모해 저전력 AP를 찾던 애플의 외면을 받았다. 실제 2013년 22나노 공정으로 출시된 인텔 4세대 프로세서 ‘하스웰’의 코어 면적이 14.5㎟인 반면 ARM의 IP로 TSMC의 28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Cortex A15의 크기는 2.7㎟로 차이가 컸다. 하스웰의 성능은 Cortex A15 대비 뛰어났지만 모바일 제조사들이 원하는 크기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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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텔은 폐쇄적인 설계 및 제조 공정을 유지하고 있어 외부업체와의 협업으로 칩의 일부만 변경하는 탄력적 대응도 힘들었다. 애플이 채택한 삼성전자(005930)의 S5L8900 같은 칩은 성능은 인텔 대비 떨어졌지만 칩 크기와 전력소모 부문이 제조사 요구를 충족시켰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술력 1위를 바탕으로 AP에 eD램을 부착해 효율을 높여 D램에서 철수한 인텔과는 다른 차별 포인트를 보여줬다. 또 삼성전자는 인텔의 명령어 세트인 x86이 아닌 ARM의 명령어집합체(Instruction Set Architecture·ISA)를 사용해 결국 스마트폰 태동기 이후 모바일 시장은 ARM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흐름을 만들게 된다.

무엇보다 ARM은 자사 IP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툴을 무료로 개방하거나 소액의 특허료만 받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확장시켜 결국 인텔의 모바일 시장 진출 계획을 좌절 시킨다. 실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ARM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함과 동시에 글로벌 최고 스마트폰 브랜드인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에 맞춰 서비스를 내놓아 인텔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 AP 시장 최강자인 퀄컴 또한 ARM의 일부 설계자산을 바탕으로 칩을 만들기 때문에 ARM 생태계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다시한번 노크 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인텔은 D램의 빠른 속도와 SSD의 저장 용량을 모두 갖춘 ‘옵테인 반도체’를 올해 공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 하다. 두 제품의 장점을 흡수했다지만 다른 말로 하면 개별 D램 보다는 처리 속도가 떨어지고 SSD 보다는 저장용량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1970년 세계 최초의 D램을 내놓은 이후 10여년 만에 관련 사업에서 철수한 후 CPU 시장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2000년에는 RD램을, 2013년에는 eD램을 각각 선보이며 D램 시장 재진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옵테인 반도체는 2015년 내놓은 3D XPoint의 개량 버전으로 알려졌다.



인텔이 강점을 보이는 서버용 CPU 시장에서도 ‘아이스레이크’ 출시가 지연되면서 주가가 몇달 째 보합세를 유지하는 등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 수요 확대로 인텔의 몸값이 높아지긴 했지만 모바일 분야에서의 미흡한 대응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라며 “특히 반도체 공정 초미세화로 양자 간섭 현상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인텔의 신제품 출시도 갈수록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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