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산업은 이제 건축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개발이 아니라 부동산의 효율을 기하고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부동산 플랫폼 기업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부동산신탁사업 인가를 획득한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이국형(사진) 대표이사는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신탁사가 처음 설립될 시기부터 신탁업을 맡아온 1세대 인물이다. 한국토지공사(현 LH) 출신으로 LH가 1996년 만든 한국토지신탁 때부터 부동산 신탁업을 맡아왔으니 2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이제 국내 부동산 신탁업계의 막내인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을 맡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스무 해가 넘는 업력이 입증하듯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에 대한 새롭고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첫 대표가 된 이 대표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새로운 먹거리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기존 개발을 중심으로 한 사업은 진입 장벽이 견고하고 높았다. 경쟁도 심하다. ‘새내기’가 들어와서 어떻게 해보기에는 기존의 질서는 ‘견고한 성’과 같다. 이 대표도 자신이 한국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등을 거치면서 만들어 놓은 장벽이니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해법은 기존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그는 부동산 관리의 영역으로 눈을 돌렸다. 이 대표는 “기존 신탁사가 영위하던 개발 등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해당 분야는 이미 경쟁이 심하고 진입 장벽도 높은 만큼 신규 사업자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예컨대 이 대표는 도심 속 수많은 꼬마빌딩의 경우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현재의 자수성가한 1세대 소유자가 상속 등을 통해 2세대로 소유를 이전하게 될 경우 건물 관리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봤으며 이 대표는 이런 부동산을 신탁 받아 증·개축과 수선을 해서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안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신탁업의 분류대로라면 ‘갑종관리신탁’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를 더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신탁 부동산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FM(Facility management·시설관리) 업체들과 협업이 필요한데 현재 그 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의 FM업체들은 신용이 부족하고 시장도 넓지 않다”며 “우리는 신용과 시장을 넓혀주고 FM업체들은 실무를 담당하게 되면 부동산 관리 시장은 더 커지고 선진화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그런 기업들을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부동산 자산 관리 분야를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은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일원으로 계열사들과 함께 시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을 거느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전문화된 부동산 자산관리를 위한 계열사는 없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이를 맡게 되면 한국투자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밸류체인’을 강화하게 되고 고객들의 입장에선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의 고객들의 ‘니즈’가 부동산까지 연결되면 신탁사가 이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런 구상의 연장선에서 공모 리츠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자산은 많은데 총자산순이익률(ROA)이 낮은 회사를 찾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부동산 자산을 매입할 것인지 일부 지분에 참여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과 다른 창의적인 신탁상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P2P’ 금융업체들이 모아놓은 자금을 신탁사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시세 파악이 쉬운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담보신탁’ 상품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와 2030재산증식신탁을, 피노텍과 비대면담보신탁상품 개발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도나 기술적인 문제들이 남아있겠지만 잘 해결해서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