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8·토트넘)은 특별한 경기의 주인공 역할을 해왔다. 지난 4월에는 새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치른 첫 경기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려 새 홈구장 1호 골의 역사를 썼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호 골도 손흥민한테서 나왔다. 맨체스터 시티와 8강 1차전이었다. 2차전 원정에서는 2골을 폭발해 토트넘에 57년 만의 챔스 4강 티켓을 안겼다.
‘스페셜 손’ 손흥민이 이번에는 1골 1도움을 책임지며 11개월 만의 사령탑 복귀전에 나선 ‘스페셜 원’ 조제 모리뉴(포르투갈) 감독에게 승리를 안겼다. 스페셜 원은 15년 전 모리뉴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후 그의 별명처럼 쓰이고 있다.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챔스 정상에 올려놓은 뒤 첼시 감독으로 EPL에 첫발을 들이면서 “나를 거만하다고 평가하지 말아달라. 유럽 챔피언이니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게 언론과 팬들의 구미를 당긴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런던 스타디움에서 치른 웨스트햄과 2019~2020 EPL 13라운드 원정에서 모리뉴의 토트넘은 3대2로 이겼다. 전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지독하게 이어진 원정 12경기 연속 무승(3무9패)을 부임 첫 경기에서 끊은 것이다. EPL 5경기 연속 무승도 끝낸 토트넘은 14위에서 9위(4승5무4패·승점 17)로 껑충 뛰었다. 웨스트햄은 그대로 16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모리뉴는 2004년 첼시 데뷔전, 2013년 첼시 복귀전, 201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데뷔전에 이어 EPL 감독으로 각 팀 첫 경기에서 모두 이기는 진기록도 작성했다. 취임 사흘 만에 지휘한 경기라 ‘모리뉴 효과’를 언급하기에 이르기는 하지만, ‘스페셜 원’만의 확실한 색깔은 첫판부터 묻어나왔다. 포체티노 체제에서 입지가 흔들리던 델리 알리에게 선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임무를 맡겼고, 백업 멤버 루카스 모라를 선발 오른쪽 윙포워드로 내세웠다. 둘은 각각 1도움과 1득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포체티노의 토트넘에서 굳건한 주전이던 손흥민은 모리뉴호에서도 입지 걱정이 없다. 토트넘 부임 후 모리뉴의 첫 번째 ‘어퍼컷 세리머니’를 이끌어낸 것은 왼쪽 윙포워드로 나선 손흥민이었다. 0대0이던 전반 36분 알리가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왼쪽으로 찔러준 패스에 오른발 쪽으로 공을 옮기려는 속임 동작 뒤 강력한 왼발로 골키퍼 옆을 뚫었다. 7분 뒤에는 모라의 득점을 도왔다. 알리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가까스로 살려낸 볼을 가지고 측면으로 돌파한 뒤 반대쪽에서 쇄도하는 모라의 발에 맞춰줬다.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올 시즌 EPL 성적을 4골 5도움으로 늘렸다. 웨스트햄전 통산 7경기 4골 6도움으로 천적 관계도 재확인했다. 후스코어드닷컴 평점 8.5로 양 팀 최고를 기록한 손흥민은 BBC 선정 맨 오브 더 매치(경기 MVP)로도 뽑혔다. 해리 케인의 득점을 더해 3대0으로 달아난 토트넘은 후반 중반 이후 2골을 내줬으나 동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후 모리뉴 감독은 “알리나 케인, 손흥민, 모라, 해리 윙크스, 에릭 다이어 등에게 각자의 특성에 맞는 가장 쉬운 임무를 주려고 했고, 그들은 잘 해냈다”고 말했다.
경기 전날 토트넘 팬 선정 10월의 선수로 뽑힌 손흥민은 9·10월에 이어 11월까지 석 달 연속 이달의 선수 선정을 기대할 만하다. 이달 들어 챔스와 EPL에서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오는 27일 오전5시(이하 한국시각)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 챔스 32강 조별리그 B조 5차전 홈경기에서 4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조 2위(2승1무1패·승점 7)인 토트넘은 이날 이기면 2위를 확보해 16강 진출을 결정짓는다. 모리뉴의 필승 카드는 이번에도 손흥민일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올 시즌 챔스 5골로 득점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12월5일에는 과거 모리뉴가 이끌었던 맨유와 EPL 원정에 출격 대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