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부산 스마트시티’ 착공식을 시작으로 부산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세일즈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메콩 정상회의 일정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이날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해 “저는 스마트시티 분야에서의 아세안의 가능성에 주목한다”며 “아세안 각국이 마련하고 있는 인프라 분야에 공동의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해나간다면 지역 내 ‘연계성’을 높이며 ‘상생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부산 벡스코 프레스센터를 찾아 “1989년 부분 대화 관계로 시작된 한·아세안 협력관계는 30년 전보다 약 20배로 증가한 교역 규모와 약 40배로 커진 쌍방향 인적 교류 규모를 자랑하는 긴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아세안의 미래 30년을 내다보고 관계를 한층 격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도시의 비대화 속에서 겪었던 교통 혼잡, 환경오염, 재난·재해의 경험 위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스마트시티에 모두 담았다”며 “아세안 도시들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고, 같은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시티’가 하나의 모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착공식에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한·브루나이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에게 브루나이가 오랫동안 한국에 LNG를 공급해온 것에 사의를 표하며 “양국의 LNG 협력은 가스전 개발과 판매, 공동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볼키아 국왕은 “LNG 공급 협력을 넘어 석유·화학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이 확대돼 많은 한국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스마트시티와 에너지 협력 외에도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 기간에는 교역·투자, 인프라, 국방·방산, 개발 협력, 문화·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이 논의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한 자리에서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중·일·러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한 후 임기 전반기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고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다.
특히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발생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수출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신남방정책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아세안으로의 시장 다변화가 한국 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을 완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세안 시장이 인구 6억5,000명, 국내총생산(GDP) 2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아세안이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한·필리핀, 한·말레이시아 양자 FTA가 타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와의 항공자유화협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지난 20일 항공자유화협정과 관련해 “싱가포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와 협상을 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싱가포르가 (타결에) 근접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부산=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