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수수료 0·고금리 예금..퇴직연금 유치전 2R

■ 증권사 연말 선점경쟁 가열

삼성證·KB·한투 수수료 인하 속

한국포스증권 등 중소사도 가세

한번 자금 유입땐 최소5년 머물러

"일단 고객 모시자" 파격조건 봇물




올해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증권사 간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속속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와 특판 상품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 시작했다. 퇴직연금의 특성상 한번 고객을 유치하면 장기자금 운용이 가능한데다 정부의 퇴직연금 의무화 계획 발표로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어서 고객 선점 경쟁에 불이 붙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들어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를 통해 개인·기업고객 유치전에 속속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말 기업고객의 퇴직연금 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확정급여형(DB형) 운용자산 수수료율을 적립금 구간별로 0.01%~0.09%포인트 낮췄다. 이어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키 맞추기’에 나섰다. KB증권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DB형에 적용되던 수수료율을 0.03∼0.08%P 인하했고,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은 모든 구간에 대해 0.04%P 낮췄다. 현대차증권 역시 지난달 28일 무려 0.1%P의 수수료를 모든 구간에 대해 일제히 내렸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내달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증권사들은 단순히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낮추는데 그치지 않고 일부 상품의 경우 수수료 면제 카드도 던졌다. KB증권은 수수료율 인하와 동시에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가운데 55세 이상의 연금 수령 고객에게 운용관리 수수료(연 0.1%)를 받지 않기로 했다. 퇴직연금 가입자 한정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유도하는 증권사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전용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인 ‘정해진 구간 ELB’를 출시했고, 유안타증권은 퇴직연금 가입자만 가입할 수 있는 연 2.6% 금리 예금 상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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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로 퇴직연금 사업을 점찍고 새로 뛰어드는 증권사도 있다. 한국포스증권(옛 온라인펀드코리아)은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변경 인가를 받고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한번 고객을 유치하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한 번 유입된 자금이 최소 5년 이상 장기로 머물기 때문에 시장선점이 중요하다”며 “아직 증권사별로 운용수익률이 차별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를 통해 고객을 먼저 유입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퇴직연금 활성화 의지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정부는 최근 퇴직연금으로 퇴직금을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168조원이 넘지만, 가입자 비율은 전체 가입 대상 근로자의 50.2%에 불과하다. 최소 2배 성장이 예정된 셈이다. 여기에 퇴직연금의 경우 납입금은 세액 공제 효과가 있어 연말정산을 앞두고 고객의 관심이 쏠린다는 점도 최근 증권사가 일제히 마케팅에 돌입한 이유다.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은 커지는데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자산운용 경험이 많은 증권사가 강점을 가진 확정기여형(DC형)의 퇴직연금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아직까지 전체 퇴직연금에서 DC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 불과하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위원은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DC 및 IRP 상품 시장 확대에 따라 다른 업권의 경쟁자보다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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