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제주의 한라산 기슭에는 368개의 오름(기생화산)이 산재한다. 오름은 대개 형태가 비슷해서 어느 곳이든 풍광은 비슷한 편이지만 그래도 꼭 가봐야 할 오름이 세 곳 정도 있다. 그중 하나는 성판악에서 백록담으로 오르다 보면 왼쪽 사면에 있는 사라오름이다. 하지만 사라오름은 반드시 눈이 내린 다음날 올라가 봐야 한다. 겨울이 제철인 사라오름을 빼고 가봐야 할 두 곳은 거문오름과 윗세오름이다. 거문오름은 천연기념물 444호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 일출봉과 함께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마지막 윗세오름은 한라산 기생화산 중 가장 높은 해발 1,700m 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영실 등반 코스의 어리목, 돈내코 분기점에 해당한다. 제주도에 머문 이틀 동안 첫날은 거문오름에서, 둘째 날은 윗세오름에 머물며 한라산의 기운을 온전히 받고 돌아왔다.
취재를 떠나기 전 찾아본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visitjeju.net)에는 ‘거문오름은 이 일대의 돌과 흙이 유독 검은색을 띠어 생긴 이름으로 그 모습은 말굽형’이라는 설명이 실려 있었다. 형성연대는 20만~30만년 전이며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444호로 지정된 지 2년 뒤인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거문오름이 자연유산 역내에 포함된 것은 이곳에서 흘러나온 용암들이 북동쪽으로 내려가면서 20여개의 다양한 동굴들을 형성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기원이 됐기 때문이다.
김상연 자연관광해설사는 “거문오름은 북동쪽이 터진 말굽형 모양의 아홉 개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며 “오름 안에는 알 모양으로 생긴 작은 봉우리와 수직 동굴 등 다양한 화산지형들이 발달해 있고 정상의 해발고도는 456m에 불과하지만 둘레 4,551m에 면적은 80만9,860㎡로 제주도 주봉인 한라산 백록담의 분화구보다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거문오름 탐방로는 분화구 내의 알오름과 역사유적지를 볼 수 있는 분화구 코스,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정상 코스, 분화구 및 정상을 돌아보는 완주 코스 등 세 종류가 있는데 정상 코스는 약 1.8㎞로 약 1시간, 분화구 코스는 약 5.5㎞로 약 2시간30분, 10㎞ 거리의 전체 코스를 둘러보는 데는 약 3시간30분이 소요된다.
탐방하려면 반드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사전신청을 해야 한다. 탐방은 아침9시부터 오후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탐방인원은 하루 4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은 탐방을 시행하지 않는다.
윗세오름은 어리목·영실·돈내코 코스 세 곳 중 어느 곳을 택해도 오를 수 있지만 영실 코스가 거리도 짧고 오르기에 편하다. 특히 가을의 영실 코스는 단풍이 곱기로 유명하다. 윗세오름은 세 개의 오름을 부르는 이름으로 윗세오름 휴게소와 백록담 사이의 붉은오름, 휴게소에서 영실 코스 방향에 있는 누운오름, 민오름과 백록담 동남벽이 보이는 족은오름이 포함된다. 특히 누운오름은 평원이나 다름이 없어 어디가 오름인지 분간할 수 없는데 영실에서 오르다 보면 등반로 오른쪽에 노루샘이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영실휴게소부터 약 1시간20분 정도 데크와 계단 길을 오르면 평원지역인 선작지왓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는 산을 오르는 고생이 끝나고 평지가 시작되며 비로소 먼 발치로 백록담이 보이는 장쾌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윗세오름으로 가는 도중 오르막길 오른쪽에 우뚝 선 병풍바위와 영실기암의 경치도 장관이며 평야에서부터 시작되는 선작지왓은 봄철 철쭉군락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윗세오름 최고의 풍경은 이곳에서 바라다보이는 백록담 남벽의 풍경이다.
영실관리사무소에서 영실휴게소까지 2.5㎞의 구간은 12인승 이하 승합차만 진입 가능하며(최근 나온 전고가 높은 소형버스는 불가), 겨울철에는 등반로 입구 통제소에서 정오 이후 입산을 통제하기 때문에 제주도착 당일 방문하려면 이른 비행기 편으로 출발해야 한다.
/글·사진(제주)=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