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년 전 '자동화 반대' 천막, '인력 충원'으로 되돌아왔다

DTO 반대하던 교통公 노조, 1년 뒤엔 인력 충원 투쟁

도공도 '스마트톨링' 도입 따른 수납원 일자리 갈등

현대차노조 집행부 선거에 '자동화 축소' 공약으로

노사, 노동 유연성·재교육 강화 등 통해 해법 모색해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6월 서울시청 대로에 설치한 천막. 윤병범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33일동안 전자동운전(DTO) 시범운영에 반대하는 의미로 단식했다.  /사진제공=서울교통공사 노조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6월 서울시청 대로에 설치한 천막. 윤병범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33일동안 전자동운전(DTO) 시범운영에 반대하는 의미로 단식했다. /사진제공=서울교통공사 노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달 서울시청 대로에 설치한 천막 앞으로 27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노조는 공사가 기관사들의 열차 탑승 시간을 일 12분 늘리자 이를 노동조건 개악이라고 주장하며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변재현기자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달 서울시청 대로에 설치한 천막 앞으로 27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노조는 공사가 기관사들의 열차 탑승 시간을 일 12분 늘리자 이를 노동조건 개악이라고 주장하며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변재현기자




# 지난해 6월11일부터 8월21일까지 여름 내내 서울시청 앞에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설치한 ‘전자동운전(DTO) 반대’ 천막이 있었다. 노조는 공사가 추진하는 8호선 DTO 시범운영이 무인운전의 시도라고 주장하며 완전 철회를 요구했다. 공사는 기관사가 탑승하는 DTO는 수동 조작할 필요가 없어 승객 안전도를 더 높일 수 있는데다 해외 철도운영권 수주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득했지만 노조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난 15일 서울시청 옆에 다시 천막을 쳤다. 요구는 인력 증원이다. 공사는 인력 증원 권한이 있는 서울시를 설득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기관사들의 열차 탑승 시간을 하루 12분 연장했다. 노조는 이를 합의 없는 근로조건 후퇴로 규정하고 노사가 합의한 기관사 209명 증원을 서울시에 요구하라며 공사를 압박하고 있다.






4대 산업혁명시대 곳곳서 노사 충돌

서울교통공사·코레일·현대자동차·한국도로공사 등 최근 수면에 떠오른 노사갈등 문제는 모두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자동화 추세와 고용 확대 및 안정성의 갈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일부 직군의 고용 감소는 현실이 됐지만 노동계는 근로 조건의 변화와 노동유연성은 외면하고 사용자는 재교육 비용에 대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단기적 이해관계 싸움에만 매몰된 상황이다.

27일 서울교통공사와 노동조합에 따르면 공사의 노사갈등은 공사가 16일 ‘일 12분 추가 승무’를 골자로 한 교대근무표(다이아)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지하철 1~4호선 기관사들은 통상 4시간 30분, 5~8호선 승무원은 4시간 42분 열차에 탑승했는데 공사가 기관사들의 탑승시간을 4시간 42분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윤병범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김태호 사장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안전은 무시하고 또 이윤만 주장하는 작태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화 거부하고 인력 더 뽑아라


공사의 입장은 다르다. 기관사의 근무는 운전 외에도 대기·정리 등을 총괄해 운전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총 근무시간이 증가하지 않는다. 더구나 기관사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60시간으로 주 52시간 근로제 상한(208시간)에 48시간 모자라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인력 증원 결정은 공사가 아니라 서울시가 결정한다”며 “공사의 자구노력 없이는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노조가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 환경이 변화하는 것은 공사만의 문제가 아닌데 자동화는 거부하고 인력을 뽑아달라는 주장을 어떤 시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서울시 고위관계자도 “공사의 재정 상황을 볼 때 인력 증원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영업적자는 5,461억원에 달했다. 공사에서는 노조의 반대 속에 ‘DTO’가 금기어로 굳어지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 입장으로 자동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노조가 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며 언급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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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공정 축소” 등 경쟁력 발목

현대자동차도 유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28일 현대차 임원선거 1차 투표를 앞두고 임원 선거 후보들은 산업 흐름에 역행하는 선심성 공약을 대거 내놨다. 자동화·모듈화 확대 저지는 물론이고 다차종 물류자동화 시스템 반대, 무인공정을 협업공정으로 확대, 정년퇴직자 공정 정규직 충원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고 제조업 경쟁력 향상에 발목을 잡는 공약들로 넘쳐나고 있다. 지역 노사전문가는 “30년 전 공약과 별반 다를 게 없고 비가동 요인 최소화 노사합의 폐기 등 전 집행부에서 노사가 합의한 사안들을 부정하는 것들도 있다”고 경고했다.

4조 2교대 근무에 따른 인력충원을 요구해 ‘주 31시간 근로 파업’이라는 비아냥을 샀던 코레일, 철도노조와 청와대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문제도 자동화 도입에 따른 갈등을 빼놓을 수 없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5월 열차 연결·분리작업인 입환작업을 예로 들며 “비용과 사람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작업 중 안전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들을 해고하는 것이 아닌 다른 업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자동화가 늦춰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해고 아닌 업무 전환’ 제안도 반대

도공은 당초 내년까지 톨게이트의 완전 무인 운영을 기반으로 하는 전면 스마트톨링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영상인식 및 과적단속 등 기술 수준을 갖춰야 하고 수납원의 고용안정 등을 해결해야 해 미뤄놓은 상태다. 톨게이트노조 측은 스마트톨링을 도입해도 영상 분석 등에 필요한 인원이 3,500여명인데다 완전 무인이 아닌 현금수납차로를 유지한 채 운영하기 때문에 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가 “없어질 직업”이라고 말하자 민주노총이 “노동에 대한 인식이 천박하다”며 자동화에 대한 근본적 시각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사라는 이해당사자 간 논의 속에서 자동화와 고용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는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누가 자기 조직원의 피해를 감수하고 합의하겠느냐”며 “교통 요금과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이라는 점에서 기술과 노동의 미래에 대해 국민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울산=장지승기자 humbleness@sedaily.com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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