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최악 경제성적표 받은 멕시코 대통령...'50조 부양책' 꺼냈다

■집권 1년 중도좌파 경제회생 사활

멕시코 3분기 연속 역성장에

10년만의 경기침체 접어들어

1년전 신공항 무산시킨 암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로 급선회

USMCA 발효 1년가량 지체

포퓰리즘 잔재도 부담으로




지난해 89년 만에 우파에서 중도 좌파로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중남미에 ‘핑크타이드(온건 좌파 물결)’ 귀환을 알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50조원이 넘는 인프라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당선 직후 멕시코시티 신공항 공사를 철회할 만큼 신자유주의에 강한 거부감을 가졌지만 다음달 1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경기침체라는 최악의 성적표가 나오자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 든 것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마저 서명 후 1년이 지나도록 미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멕시코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26일(현지시간) 오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30억달러(약 50조6,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0년 72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순차적으로 5년간 147개 사업에 나선다. 내년 1월에는 에너지와 헬스케어 관련 인프라 투자의 후속발표도 내놓기로 했다. 투자액의 3분의1이 공항·고속도로·철도·항만 건설에 투입된다.

좌파 포퓰리스트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을 이끌고 등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공투자는 기본적으로 초기 투자금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총투자액의 80%는 민간기업이 담당한다”며 “성장을 위해 민간 부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임식에서 “수십년간 이어진 신자유주의 정부가 남긴 재앙적 유산을 뒤집겠다”고 선언하며 부패 척결과 빈부격차 해결에 주력하기로 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7월 대선에 승리한 지 3개월 만인 10월 전임 정부 때 결정된 멕시코시티 신공항을 정치적 이유로 취소하고 대신 동북부 외곽 산타루시아 공군기지에 공항을 짓기로 해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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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한 배경은 멕시코가 10년 만에 경기침체기에 접어든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FT는 “멕시코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통계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그가 연평균 4%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양책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번도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면 지구 네 바퀴 거리를 돌며 자국 문제 해결에 매달렸지만 경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멕시코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에 따르면 멕시코 경제는 지난해 4·4분기부터 올해 2·4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계절조정치 기준)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기술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는데 멕시코가 침체를 기록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3·4분기도 ‘제로’ 성장에 그쳐 올해 2% 성장목표마저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영기업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평소 불평등을 해소하고 나라 전체가 성장하려면 국가의 경제 장악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는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PEMEX) 회생에 힘쓰고 있지만 자금난과 원유 가격 정체로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USMCA가 참가국인 미국·캐나다·멕시코의 서명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발효되지 못했다는 점이 멕시코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6월 3개국 중 최초로 USMCA 비준을 마칠 만큼 무역 증대를 통한 경제부흥에 기대를 걸었지만 탄핵 국면에 휩싸인 미 의회가 비준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주 내로 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USMCA의 조속한 비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멕시코가 미 경제와 탈동조화 경향을 보인 것은 대선후보가 암살되며 페소화 가치가 폭락했던 1990년대 이후 처음”이라면서 USMCA 비준이 늦어지는데다 멕시코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을 펴면서 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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