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기술 진보와 보험산업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



‘3低(저출산·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며 국내 보험업계에 위기감이 높다. 한국 보험산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2018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8.4%를 기록했다. 개인의 보험 가입률은 96.7%다. 더욱이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낮아져 새로 보험에 가입할 고객을 찾기도 어렵다. 보험사가 성장하기 위해 상품을 많이 팔거나 고객 돈을 잘 굴려 자산운용 수익을 높여야 하는데 전 세계적 저금리의 장기화로 그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의 성장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을 이끈 디지털 기술 발전은 과거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의료시대를 열고 있다. 세포를 소프트웨어처럼 프로그래밍하고, 인위적으로 조작·배양해 인공조직과 인공장기를 만든다. 인체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뇌를 기계와 연결하며, 유전체 분석을 통해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을 보다 정밀하고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은 화학·물리학·물질과학·로봇공학·유전학·생물학 등 각 과학영역의 최신 기술을 융합해 200세 시대를 열 수 있는 신약과 기술을 임상실험하는 단계에 와 있다.


생명보험은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짧게는 수년, 길게는 종신 동안 계약이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상품을 판매할 시점과 실제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 간 시간적 간극이 크다. 따라서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산업과 급격한 기술진보는 보험산업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가령 사망 전까지 매달 보험금을 지급하는 ‘연금보험’의 경우 당초 회사의 예상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고객이 낸 보험료보다 회사가 주는 보험금이 커진다. 이렇듯 미래의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팔수록 손해인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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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험시장은 지난 20년 사이 총자산은 10배 가까이 늘어 1,100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보험료 수입 기준으로는 세계 7위다. 산업이 성장하는 시기에는 회사들이 서로 시장흐름을 따르는 전략을 구사해도 성장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구조적 저성장과 시장 성숙기에 접어든 현재, 유사한 상품 판매로는 더 이상 성장도 어렵고 산업 전체의 리스크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 양적 경쟁에 벗어나 보험 본연의 기능에 집중해 질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술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 그동안의 잣대와 경험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성장의 돌파구를 막는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상품을 잘 파는 것보다 바이오·제약·의료 등 관련 산업 동향과 전망을 토대로 위험관리와 상품을 고도화하는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다가올 변화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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