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세금

국민연금·전기料..총선에 표류하는 정책

연금 개혁 21대 국회로 넘기고

한전 이사회 요금 개편안 상정 안해

재정준칙·계속고용도 미루기 급급

표 얻는 '돈쓰는 정책'만 일사천리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굵직한 정부 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인기 없는 정책을 섣불리 추진했다가 자칫 내년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결정을 자꾸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표심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돈 쓰는 정책은 제어 없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11월이 되니 국회의원 마음의 95%는 지역구에 있어 정책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해 오던 정부가 단일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미적대다가 이제 와서 총선을 핑계로 ‘못 하겠다’고 손들어버린 것이다.

무분별한 복지 퍼주기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등 떠밀리듯 꺼내 든 재정준칙 카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어렵사리 재정준칙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검토 시점은 총선 이후인 내년 3·4분기로 제시했다. 재정 지출을 죄여야 하는 재정준칙 마련을 사실상 차기 정부에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년연장 개념의 계속 고용제도 도입 여부도 총선을 의식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정부는 정년 연장 운만 뗐을 뿐 본격적인 검토는 내후년인 2022년부터 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이 역시 차기 정부 과제로 미뤄버린 것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 스스로 급격한 고령화 문제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고 밝히면서도 정작 이에 대한 대책은 그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국전력도 애초 전기요금 개편 체계를 11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28일 열린 이사회에는 요금체계 개편안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인상안이 담기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기에는 정부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총선 일정이 정부 정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가운데, 당장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기재부는 내년 4월 총선 이후 새로운 상임위 구성 등 21대 국회가 제 모습을 갖추는 상반기까지는 경제활력을 위한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한 대책은 가급적 배제한 채 경제정책 방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 일정을 고려해 법을 고치지 않아도 되는 정책을 최대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홍남기 부총리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담겠다고 한 노동·산업 분야 구조개혁도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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